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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호 Feb 11. 2022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사

출산을 앞두고, 양가 부모님 근처로 이사를 했다. 도무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옆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가. 그렇게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정말로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까 싶다. 

  

아이들이 크면서 이사를 고민하게 되었다. 집에서 아내의 학교까지는 자동차로 30분 정도가 걸렸다. 거리는 가까웠는데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혀서였다. 그것이 첫 번째 고민이었다. 아내가 너무 힘들었다. 두 번째로는 집 근처에 마땅한 학원이 없었다. 학원에 가려면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을 건너야 했고, 아이가 걸어가기에는 부담이 되는 위치에 우리 집이 있었다. 

  

이사의 시기도 고민이었다. 첫째는 이미 동네에서 친구가 많았다. 특히 여자 아이여서 또래의 친구는 정말 소중하다. 세 살 터울인 둘째의 보육시설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에 이사를 갈 것인지? 아니면, 아직 둘째를 키우기에는 부모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맞춰서 이사를 갈 것인지? 

  

고민 끝에 우리는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맞춰서 이사를 결정했다. 그러니까 첫째가 유치원에 다니던 7살 여름부터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맹모삼천지교라고 했던가. 아이 키우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었다. 동시에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지기 때문에 아내의 학교와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는 두가지 조건이 맞아야 했다. 아빠의 직장은 멀어도 상관 없었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 조건들을 충족시켜주는 지역은 일산의 마두동이었다. 

  

강남에 대치동 학원가가 있다면, 일산에는 마두동 학원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는 정발초등학교와 오마초등학교가 인기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부부는 마두동으로 이사할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한결같이 우리 부부에게 물었다. “어느 초등학교 생각하고 오신거에요?” 그러니까 마두동에는 몇 개의 인기있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학생들이 점점 없어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정발초등학교는 학급수가 8개 반이나 되었다. 과밀학급으로 지정될 수준이었다. 궁금해서 그 초등학교가 왜 인기가 높냐고 물으니, 대번에 ‘치맛바람’이라고 했다. 학교 주변으로 평수가 큰 아파트와 일산 비버리힐즈라 불리는 전원주택 단지에서 이 초등학교로 입학을 한다고 했다. 맹모삼천지교라고 했던가. 아이를 키우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란 것이 어떤지를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내는 치맛바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우리 아이가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교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부모인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길 하나만 건너면 조금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중개인의 소개에 귀가 쫑긋해졌다. 신기하게도 아파트 가격은 교육이라는 입지의 특성에 맞게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서의 맹모삼천지교는 부동산 가격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임을 알 수 있었다.

  

여러 집을 돌아다니면서 확인했고, 거듭된 고민 끝에 우리는 정발초등학교에서 백마초등학교 바로 앞에 집을 선택했다. 아파트 현관을 나와서 공원길만 지나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 5분 거리의 가장 가까운 집을 선택한 것이다.

 

인테리어를 바꿨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 딸을 위해 책상과 책장을 사주었다. 결혼하고 쓰던 많은 가구들을 버리고 새롭게 집을 꾸몄다. 


  

이사를 한지 이제 2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코로나가 와서 첫째는 입학식도 하지 못한 체 초등학생을 시작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아이들 공부에 사교육을 말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공교육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공교육이 모든 학생의 교육을 만족시킬 수 없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라고 했던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은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다. 이 관심이 지나쳐서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고 소중한 내 자녀가 공부를 좋아하고 잘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도 개인적인 바램임과 동시에 솔직한 부모의 마음이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여서 학원가는 길에 사고라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다행히도 이사 온 이곳은 학원을 걸어서 가기에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가깝고, 자동차 길을 지나가지 않아서 좋았다. 

  

부모 마음이 그렇다.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공부하면서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소박하기도 한 것이고, 또 어떻게 바라보면 지나친 기대감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 마음이 그렇다. 내 마음을 숨기면서까지 아이와 살고 싶지는 않다. 너희들은 너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하루를 보내면 되는 것이고, 아빠인 나 역시 너희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벌어서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게 된다. 오직 그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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