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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호 Feb 11. 2022

교대 근무자인 아빠의 하루

8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한다. 무엇보다 퇴근을 칼같이 보장해주는 회사에 감사한다. 집에 오면 6시다. 오자마자 저녁 밥상을 준비한다. 차가 막혀서 조금 늦으면 아내의 몫이지만, 되도록 내가 하려고 한다. 설거지하고, 아이들 씻기고, 공부도 시키고, 놀아주기도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할 일이 너무 많지 않은가. 무엇이든 아빠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요리라고 면책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9시는 금방 온다. 아이들도 크면서 이제는 일찍 자려고 하지 않는다. 개의치 않고, 우리는 다 같이 침대 방으로 가서 눕는다. 자든 말든, 내가 졸려서 못 참겠다. 그렇게 나는 잔다. 아이들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잠이 오면 내가 먼저 자는 방법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되면 알아서 잔다. 굳이 잔소리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알람을 해놓고 잠들기는 하지만,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항상 일어나게 된다. 가장 먼저 밥을 올리고, 다 돌아간 건조기 안에 빨래를 정리한다. 어제 밤에 놀다가 그대로인 아이들 방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아빠가 없는 아침에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수저 세트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둘째 유치원 가방에 숟가락을 넣어둔다. 그리고 조용히 집을 나서서 회사로 간다. 이제 남은 것은 아내의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여기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아빠 출근한다.


  

나는 두 달은 점심을 먹고 출근을 하는 교대 근무자다. 퇴근하면 자정, 집에 오면 새벽 1시가 조금 넘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순간이고, 나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잔다. 발로 차낸 이불을 덮어주기도 하고, 뒹글면서 자는 둘째를 다시 제자리로 놓으면서 나도 잔다. 우리 집은 침대 두 개를 붙여서 쓰는데, 아이들은 엄마 옆으로 간다. 그래서 내가 눕는 자리는 조금 넉넉하다. 아내는 늘 나의 잠자리를 부러워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침은 해가 동쪽에서 뜬다고 오는 게 아니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울면 그때가 아침이었다. 더 자고 싶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해서 깨야 했고, 이내 밥 줘야 하니까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출근을 하고, 이제 남은 몫은 내 것이다. 

  

돌이 지나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침을 먹고 밖으로 놀러 나갔다. 차로 1시간이 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놀만한 곳을 이곳저곳 다녔다. 떠나기 전에 점심을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했고, 준비되지 않았으면 주변에 식당을 미리 알아 두었다가 찾아가곤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일상은 계획된 것이었다. 아빠의 계획을 아이가 모를 뿐이다. 

  

나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차에 타면 잠을 잔다. 차내에 공기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동차의 진동이 잠을 불러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실컷 놀았기 때문에 잠이 오는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카시트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를 잘 안아서 집안 침대에 잘 내려놓는 것이다. 그 사이에 깨어나면 아빠를 찾고 난리가 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잠들어야 나도 조금은 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잘 내려놓는 것에 가장 중요한 초점을 맞췄다. 아이가 잠든 사이에 나도 잠깐 눈을 붙인다. 그래야 회사에 가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피곤하다.

  

오후 3시쯤에 장모님께서 집에 오신다. 그때 장모님과 터치를 하면서 아빠의 육아는 잠시 해방을 맞이한다. 장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아빠 출근 한다’고 조용히 아이에게 말하고 집을 나선다. 피곤함은 가득한데, 또다시 어디에서 힘이 솟아나는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가 깨어남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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