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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고슴도치 Nov 24. 2022

그러면 친구들이 싫어해

선생님이 말하는 법을 가르쳐줄게.



 우리  창문앞에는 도덕 교과 -자주적인  다짐하기 시간에 만든 캘리그래피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하나는 유독 탁월해서 복도를 통행하는 많은 또래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애니메이팅을 취미로 한다는 K이의 것인데, 'for your shiny day '알파벳의 앞뒤를 이리저리 빼서 용의 꼬리처럼 꿈틀거리게 해놓았다.  덕분에 아이들은 have a nice day 문구를 그대로 다운받아 인쇄한 예시자료에 금방 관심을 거뒀다.





 복도를 지나가는 3반 아이들이 와 이거 너무 잘했다,  웅성거림이 들리길래 마침 앞문에 기대있다가

 "우리 반 K의 작품이야. 멋지지?"

라고 대꾸해줬다. 자기네들끼리 감탄만 하고 지나갈 마음이었는데 그 반 담임이 나서서 으쓱거리니 꽤나 머쓱했을 것이다. 한 아이가 괜히 자기 친구들에게 실실 웃으며 말한다.

 "야 이거 내작품이다 내가 했다!"

그러자 반에서 책상정리를 하던 K가

"야, 너 죽을래"

라고 소리를 꽥 지른다.





3반 애는 이게 웬 봉변. 지나가는데 그반 담임이 실실 말 걸어, 낯선  애가 소리를 질러. 후다닥 영어실로 도망을 간다.





"K야, 그러면 친구들이 싫어해. 죽을래라니."

"아니 제껀데 이건 저작권 침해에요."

"자기꺼라고 허풍 떨고 싶을만큼 너의 작품이 멋지다는 뜻 아닐까? 그렇게 폭력적인 말을 할 정도로 기분 나빴니?"

"아 기분은 좋죠, 근데 도용이잖아요."





"근데 그렇게 말하면 친구들이 싫어해. "






어른 세상 속에서도 굳이 왜 저런 방식으로 말을 할까?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행동과 태도가 모여서 상호간에 만들어지는 믿음이 제일 진실되겠지만서도 내면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말이다. 관계가 더디게 쌓이게도 하고 한순간에 무너지게도 하는,혹은 아예 처음부터 담을 쌓게 되는 날들을 떠올려보면 그때 들은 몇 문장들, 아니 단어들이 아직까지 생생히 남아있다.



 그 날카로운 화살을 맞고도 과녁으로 멍하게 남았던 어린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 관중석에 앉아있던 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또 동정도 연민도 응원도 아닌 있는 그대로 공감해준 이들의 따뜻한 말들이 떠올라 크게 감사도 하고.




이렇듯 행동을 쌓아가는데에는 한 세월이 걸리는데, 말은 내달려 가닿는다. 그런데 또 이렇게 어떤 말들은 아주 오래 남는다.  





 학부모 상담주간이었다. K의 학부모가 전화를 받았고,이어서

 " 잠시만요 저 보청기 좀 끼겠습니다."





얘는 소통 기회가 적었겠다. 몰라서 그랬겠구나.



친구들에게 하지 말아야할 , 뜻을 좋게 전달하는 말하기 스킬을 내가 가르쳐줘야겠다. 정확한 마음을 빠르게 표현할  있는 방법을 그때그때 자세히 일러줘야겠다. 상황에 맞는 말투, 사용할 단어를 외우고, 말하기를 꾸준히 연습시켜야겠다. 그렇게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면 부드러운 말과 함께 좋은 관계도 같이 늘어날 !





"K야, 앞으로는 그거 내가 만든건데 좀 잘한것 같니? 고마워. 라고 말하면 잘 전달될것 같아."







그간 말로 상처 주는 사람들은 옆에서 가르쳐   있는 사람들을   ' 배운 사람들' 이었지도 모르겠다. '이런말도 있고 저런말도 있고 사람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른거니'식이  아니라 '아닌말은 하면 안되고 틀린말은 고쳐야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차근차근  가르칠 것이다.  참아가면서 내가 들은 좋은 말들을, 따뜻한 단어를, 정중한 목소리를  가르쳐주고 싶다. 선생님이 가르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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