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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송 Oct 30. 2022

두 돌 상이 왜 이모양이니

솜씨 없는 엄마의 우당탕탕 두 돌상

첫 돌은 보통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의미가 큰 날이다. 그래서 돌잔치를 하며 아이의 첫 생일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한다. 단순히 아이를 축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아이를 키우느라 수고한 아빠 엄마를 격려하는 날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돌을 무사히 넘긴 엄마에게 ‘돌끝맘’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돌끝맘이 된 건 큰 산을 하나 넘겼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두 돌부터는 돌만큼 크게 생일잔치를 하진 않는다. 해외 셀럽들을 보면 종종 매 생일마다 어마어마한 파티를 열어주기도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삶일 뿐 돌잔치보다 큰 생일잔치가 흔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셀럽이 아닌 아주 평범한 가족이었기에 두 돌부터는 집에서 생일상을 직접 준비하기로 했다. 그래도 내 아이의 생일이라 그런지 욕심을 부리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인터넷에서 생일상을 예쁘게 꾸며줄 풍선을 주문하였다. 바닥에 세워지는 스탠드형 풍선부터 벽에 길게 늘이며 붙이는 가랜드 풍선, 그리고 마지막 글씨를 새겨주는 헬륨 풍선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구매했다. 헬륨 풍선은 얼마나 비싼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번 한 번만 사겠다는 마음으로 두 눈을 꾹 감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남편과 나는   미적 감각은 꽝이라 풍선 색깔을 고를 때에도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무난한 것으로 골랐다. 거기다가 솜씨도 없는  손들이라 풍선 꾸미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풍선 꾸미기는 그냥 바람만 넣고 붙이면 쉽게 끝날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인  상상도  했다. 아이를 일단 재우고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낑낑 대며 풍선에 바람을 넣고 끈에 풍선을 묶는데 그조차 미숙한 우리 둘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깔깔대며 웃었다. 풍선에 좌절당하는 우리가 우스웠지만 다음날 일어나 기뻐할 아이를 생각하며 힘을 내었다. 완성된 결과물도 사실 과정만큼이나 우스웠다. 분명 예시 그림에는 풍성하고도 조화로운 풍선들이었는데 우리  풍선은 제각기 모양도 이상하고 어딘가 모르게 어설펐다.   해보니 가랜드 형식의 풍선을 뚝딱  만들어 꾸미는 분들을 존경한다.  이후 우리 부부는 가랜드 풍선은 다시는 사지 않는다. 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눈을  아이는 풍선이 조금 비뚤어도, 예시만큼 풍성하진 않아도 “꺄아소리를 지르며 너무나 좋아해 주었다. 엄마 아빠의 어설픈 손길이었지만 새벽녘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이의  돌을 축하하기 위해 시댁 식구들이 우리 집에 오셨다.  돌상이라고 간단하게 과일과 케이크를 올려두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거실  상차림을 스윽 둘러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아니… 두 돌 상이 왜 이모양이니? 너무 뭐가 없다. 이럴 거면 말을 하지 내가 떡이라도 더 사 오게.”

그러고 나서 시누이와 비웃듯이 오고 가는 이야기는 내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었다.

“풍선 색이 좀 그렇네. 별로야, 이것도 좀 별로고….”

뒷덜미부터 뜨거워지는  속상해서였는지 아니면 나의 부족한 미적 감각이 부끄러워서였는지  모르겠다.  지난 새벽 남편과 히히거리며 준비한 나의 분홍분홍  시간들이 새파랗게 질려버리는  같았다.

 자식 위해  일이라  꾸몄다는 칭찬받을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 못하는  하느라 애썼다고 격려받을 생각도 없었다. 다만 비난받고 싶지 않았는데 부족한 모양새를 기어이 지적받고 말았다.  말을 듣기 전까지 화사했던 풍선들이 모두 나처럼 시무룩하고 칙칙해 보였다. 속상했다. 지난밤의 즐거운 시간들이 퇴색되는  같아 억울했다.

내 아이의 즐거운 두 돌 생일날, 나는 마음껏 웃으며 즐기지 못했다.


미안하다 아가야, 엄마가 예쁘게 못해줘서. 그래도 어쩌겠니 이런 엄마에게서 태어난 너인걸. 하지만 못난 풍선에 엄마의 사랑을 비유하진 마렴. 엄마는  못하는 것도  때문에 해보려 하고  과정에서 행복했고 기뻤단다. 너를 위해 준비한 풍선과 두 돌 상이 누군가의 눈에 이상해 보일지라도 엄마 아빠는 하나하나 사랑으로 준비했단다. 아가인 네가 환하게 웃어준 덕분에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두 돌 생일이 되었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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