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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즘 며느리의 비밀 일기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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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지윤송 Oct 30. 2022

너랑 나랑 육아방식이 안 맞는다

시어머니 육아로부터 강제로 독립당하다

복직을 결정하고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시기로 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어머니께서 봐주신다고 하여 정말 감사했다. 어머니도 아이를 돌보아 주시길 원하셨고 우리 부부는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생겨 안도했다.

그런데 약 1년이 지난 후 어머니께 육아 퇴사를 통보받았다. 더 이상 아이를 돌보아 주시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것이다. 그것도 사전에 아무런 낌새도 없이 남편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통보하셨다.

시어머니가 가셨다. 그렇게 가버리셨다. 어머니가 화가 나셨구나, 마음이 상하셨구나, 아니면 너무 힘이 드셨구나. 나는 또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갑자기 이렇게 대책 없이 떠나버리시는지 전전긍긍했다.

암담한 마음에 전화를 드려서 어머니 생각을 여쭈어보니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

“너랑 나랑 육아 방식이 안 맞아! 너랑 도저히 같이 애 못 보겠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고 오래 기다린다고 하셨다. 당신은 아이를 강하고 과감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방식이 답답하고 별로라고 하셨다.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며 쏟아내시는데 어머니도 그동안 많이 속앓이 하시고 힘드셨나 보다 싶었다. 누가 옳고 그르고 보다 정말 우리가 안 맞아서 서로가 이해가 안 되어서 곪고 곪다 터진 문제 같았다. 어머니를 붙잡을 수도 그리고 붙잡고 싶지도 않았다.

나의 아이는 그렇게 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고 어린이집을 알아보기까지 급히 친정 찬스를 썼다. 당시 엄마는 아직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내 아이를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었고 나의 연차, 남편의 휴가 등으로 급한 불을 꺼가며 하루하루 버텼다. 아이는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고 눈물 콧물 흘리며 들어가는 아이를 뒤로 한 채 나도 울며 출근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하였고 눈 비비며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어머니의 말씀이 틀린 것은 없다. 정말 육아 방식이 맞지 않고 어머니도 엄청나게 스트레스받으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딸이어도 저렇게 갑자기 육아를 떠넘기고 가셨을까? 난 이 부분이 다소 화가 나고 원망스러웠다. 회사에 전날 퇴사한다고 말하고 바로 떠나지 않듯 아이를 맡길 누군가에게 인수인계할 시간도 주시지 않은 채 사표만 던지고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며느리가 고군분투하며 육아를 하는 건 전혀 배려해주지 않으시고 그저 다른 육아방식이 우선되었다는 것이 속상했다.

아이를 갑자기 어린이집에 보내며 가까스로 출근하는 것을 알게 된 직장 동료들이 무슨 일 있냐며 물어왔다. 그래서 여차저차 상황을 말하니 그 이야기를 같이 듣던 한 선배가 말했다.

“시어머니가 육아방식 다르다고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이상한 소리야? 육아관은 무조건 엄마를 따르는 게 맞지. 다르건 말건 뭔 상관이냐고. 애 봐주시는 분은 엄마 육아관을 따르는 게 맞는 거야!”

저 말을 듣는데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았다. 다름은 어쩔 수 없다고 되뇌면서 납득하려고 했던 나의 답답함을 뚫어주는 순간이었다. 물론 저 말을 해주신 선배는 두 딸을 둔 엄마였기에 저렇게 말씀하신 것일 수도 있다. 시어머니보단 친정엄마가 될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적어도 난 선배 말에 큰 위로가 되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혹시 마음 상하신 게 있다면 죄송하다고 했다. 안 맞는 며느리와 부딪히며 손주를 봐주시는 게 보통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육아 방식에서도 훌륭한 점은 배워야 하고 따라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방식을 조금이나마 가르치고 가주시지 그냥 무책임하게 떠나셨다. 어머니가 나를 조금이라도 측은히 여겨주셨다면 그렇게 가버리진 않으셨을 거다.

난 그 이후 아이를 어머니께 맡기지 않는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할 때에도 특별한 일 아니면 시댁에 보내지 않았다. 남편이 엄마한테 삐졌냐고 물었는데 삐진 게 맞는 것 같다. 삐지기도 했고 마음도 상했다. 그래도 덕분에 난 내 방식대로 내 스타일대로 아이를 키운다. 새벽마다 힘겹게 일어나 나와 같이 출근 준비하는 아이를 챙기며 여전히 나는 아이를 더 기다리고 기다리는 느리고 조심성 많은 엄마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