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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송 Oct 30. 2022

내 성격이 좋아서 다행인 줄 알아라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긴 다는 것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시어머니께 맡기는 일은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시어머니도 나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똥을 닦다가 꽈당 넘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가 닦아달라고 엉엉 울다가 혼자 넘어졌나 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길래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졌다. 슬쩍 남편에게 “어머니께 아이가 화장실에서 진짜로 넘어졌는지 여쭤봐”라고 부탁했다. 사실 넘어진 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그저 아이가 말을 조금씩 하는 시기라 정확하게 기억이나 하는 건가 궁금하기만 했다.

그리고 다다음날 시어머니 입에서 계속해서 변명 같은 변명이 나오는 것이다. 걔가 심하게 넘어진 것도 아니고 살짝 엉덩이를 쿵했을 뿐이다, 나는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아마 심하게 넘어졌으면 말했을 것이다, 애가 아주 웃기네 그런 걸 기억하고, 등등… 뭐라고 비난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어머니도 괜히 긴장하셨는지 아니면 기분이 상하신 건지 계속해서 얘기해서 그냥 “예예”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다. 실제로도 난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도 어머니께서 계속해서  얘길 셨다. 이제 그만해도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즈음에 어머니께서 기어이 마음속 하고 싶은 말을 던지셨다.


“내가 성격이 좋아서 그러지, 다른 집 시어머니 같았으면 애 봐주고 욕이나 먹는다고 뭐라 했을 거다”


 , 이미 간접적으로 할 말 다 하신  같은데다른  시어머니와 다른  뭔지  모르겠다.  또한 그냥 기분 나쁨을 표현하는 연장선상이 아니었을까.


이제 애가 뭐라 해도 물어볼 수도 없나 보다. 그냥 애가 제대로 기억하는 건지 지어내는 건지 궁금했을 뿐인데, 역으로 눈치 보며 질문 하나 못하는  그게 바로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긴다는 .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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