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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송 Oct 30. 2022

어린이집 가면 어차피 다 먹는다

억울해할 어린이집을 대변하며

너는 뭘 그렇게 유난이냐


시어머니가 나에게 자주 하신 말씀이다. 아이를 키우는  있어서 어머니가 나를 보시면 유난 떤다고 많이 느끼셨나 보다. 나도 내가 아이를 낳고 이렇게 유난 떨며 키우게   상상도  했다. 그러나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게 되고  헌신하게 되었다. 나의 육아법이 정답은 절대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고 키우고 있다. 어머니는 내가 마음에   건지 나의 육아 방법이 마음에   건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것부터 관여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나름 손주 육아에 관심이 많으시고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셔서 그럴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보단 실이 많은 간섭이었다. 이제 배냇저고리에서 내복으로 갈아입힐 때가 되지 않았냐, 아이 손싸개는 벗겨도 되지 않냐, 아이 양말은  신기고 있냐,  젖은  나오는  맞냐, 이유식 재료는 뭐를 쓰냐, 어떤  먹이고 있냐  너무 많아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 것들은 남편이 보내주는 아이 사진을 보시면서 전화로 하시는 말씀들이다. 친정 엄마의 잔소리라면 “, 내가 알아서 한다고!!” 소리 한번  지르고 끝났을 일이지만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어느 날은 상처로, 어느 날은 비수로, 어느 날은 소음으로 나를 괴롭히기만 했다.


시어머니와 나는 아예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육아 방식에도 차이가 생겼다. 이미 아이 둘을 키우신 육아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실 수도 있지만 30여 년 전의 육아와 오늘날의 육아는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지 않았는가. 도움을 주고자 하시는 마음이니 감사히 들으려 해도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말들이 있다. 내가 배알이 꼴려 어머니의 귀한 말씀을 곱게 듣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머니는 기본적으로 나를 존중하지 않고 어머니 방식대로 조언을 해서 기분이 더 나빴던 것 같다.

 무엇이든지 정석대로 아이를 키우려 했던 나는 고집  초보 엄마였다. 그냥 욕심이 많았. 모유도 열심히 먹이려고 노력했고 이유식도 만들어 먹이겠다고 주방을 매일 뒤집어놓았다. 물론 금이야 옥이야 아이를 키우던 나도 이제는 많이 내려놓고 해이해져서 조금은 몸과 마음이 편한 육아를 선택했다. 시어머니 눈에는 이조차 노력하는 엄마가 아닌 답답한 엄마로 보이셨나 보다. 그중 아직까지도 나에게 물음표가 되는 발언들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어린이집 가면 어차피 다 먹는다

나는 아이 먹거리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이유식 식재료도 유기농으로 사다 먹였고 유아식도  보면서 저염식 반찬을 열심히 만들었다. 아이가  먹어주면  기쁨에 다시 힘을 내어  다른 반찬을 만들면서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꼈다. 시중 과자도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하려고 유기농 과자들만 가끔씩 간식으로 주곤 했다. 그런데 시댁에  때마다 주스, 젤리, 초콜릿,  과자 등을 주시는 거다. 어머니도 처음에는 나의 눈치를 보면서  주셨는데 아이가 조금 크면서 “, 이런 것도 먹이면서 커야지. 어차피 어린이집 가면  먹어하면서 주시기 시작했다. 자기 손주 입에 들어가는 것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면  좋지 않을까. 젤리의 존재도 모르던 아이에게 굳이 강한 맛을 선사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보내보고 나니  황당한  절대 어린이집에서 저런 불량식품 군것질류를 주지 않더라. 어린이집에서는 우유, 당근, 파프리카  건강한 간식류를 제공한다. 우리 아이가 초콜릿 젤리를 좋아하게  것도 모두 시댁의 영향이다. 나는  번도 사주지 않은 것을 남편이 아이만 데리고 시댁에 다녀오는 날에는 아이가 양손에 잔뜩 쥐고 나타난다. 속에서 천불이 나는  참고 몰래 버리거나 슬쩍 숨겨두는 것이 제일 먼저  일이다. 아이의 환심을 사려고 사주시는 건가.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멀리  내다보셨으면 좋겠다.


#애가 텔레비전도 좀 보면서 크는 거지

아이가 태어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을 치우는 일이었다. 텔레비전은 거거 익선이라고 집 크기에 안 맞게 아주 커다란 걸 샀었다. 신혼 때는 집을 영화관처럼 누리며 커다란 티브이를 즐겨보았는데 아이가 태어나니 티브이가 꺼져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주지 말자는 의견이 일치했기에 방으로 치운 뒤 가끔 아이를 재우고 영화 보는 용도로만 사용하였다. 우리 부모님도 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면 항상 텔레비전부터 끄셨다. 그리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놀아주시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시부모님은 그런 우리의 의견은 전혀 배려해주지 않으셨다. 아버님은 우리 집에 오셔서 티브이부터 트시고 골프채널을 보셨다. 아이가 우리 집에 있던 검은색 커다란 물체의 정체를 깨닫게  순간이었다. 시댁에 아이를 데려갔을 때에도 텔레비전은 항상 켜져 있었다. 남편이 어머니께 “텔레비전   엄마!”라고 말해도 , 애가 텔레비전도  보면서  거지. 애도 보라고 라고 말씀하시면서 귓등으로도  들으셨다. 이건 단순히 영상 시청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 정도 봐도 되지 ‘하루 정도  봐도 되지 싸움이다. 당신들의 생각과 생활이 우선되어 손주와 자식들을 배려해주지 않으신다는 점이 속상한 거다.

이제 시댁에서 텔레비전 시청 문제는 포기하였는데 그래서인가 아이에게 제한했던 모든 것을 노출하는 시댁에  가기 싫어졌다.


#애한테 책만 읽어주면 되냐 , 장난감도 사주고 그래야 사회성이 커지지

아이가 100일 즈음되었을 때 우리 집으로 커다란 택배가 도착했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위해 주문해주신 전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시기 아이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다는 유명한 전집이었다. 집에 교구와 책들이 가득해지니 괜히 내가 육아를 잘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아이와 책 보면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기에 어머니께서 집에 오셨다. 남편이 보내는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이미 책을 읽어주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셨으리라.

책 읽어주는 엄마가 욕먹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어머니는 오시자마자

“에휴 네 엄마는 책만 읽어주지? 애가 책만 읽으면 어떡하니, 장난감도 사주고 그래야 사회성이 커지지”

라고 하셨다.

여기서 난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 왜 책 읽어주는 것으로 뭐라고 하시는 거지? 내가 24시간 책만 읽어주었겠는가. 아직 돌도 안된 아이가 책을 하루 종일 듣고 있을 리도 없고 내가 그렇게 하루 종일 책만 읽어주는 책에 미친 엄마도 아니었다. 목 아파서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둘째, 장난감이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책을 통해 공감능력을 배우면 배웠지 장난감이 어떻게 사회성을 길러주는 걸까? 책을 읽어주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장난감을 예로 든 것인가.

물론 책’만’ 읽어주는 건 어머니 말씀대로 좋지 않을 수 있다. 아이와 몸으로도 놀아주고 눈 마주치고 교감을 하는 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육아하는 많은 엄마들이 정말 아이에게 책만 들이밀고 그 외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여하튼 나는 저 말이 하도 황당해서 뭐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저 자리에서 따박따박 따져서 반박하기도 웃기고 내 변명을 하자니 구차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말에는 아직도 의문이고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아이는 어느덧 훌쩍 자랐고 군것질류는 여전히 매우 좋아하고 휴대폰으로 영상도 많이 본다. 결과론적으로 크면 다 먹고 다 본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 어린 시기부터 굳이 노출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것도 엄마 아빠의 의지와 다르게 말이다!

현재 그리고 지금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입장에서  애를 키워봤다는 남들의 조언이 눈에 들어올  없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 내가  여유가 없었지.’ 하면서 깨닫는 한이 있더라도  과정을 스스로 겪어야만 비로소 성장하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짐하고 다짐한다. 내가 시어머니가 된다면 며느리의 육아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으리라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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