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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송 Nov 07. 2022

지 엄마는 어째 애를 못 달래냐

미숙한 며느리와 미성숙한 시어머니

언젠가 직장에서 한 선배가 “결혼하고 처음엔 외지인 같은데, 아이를 낳으면 그래도 이제 그 집 식구가 된 거 같아.”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도 크게 달라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를 낳고 시댁에서  멀어지는  느꼈고 아이 때문에 상처받는 날들이 많아졌다.

아이를 낳고 집에서  50일간 산후조리를 하는데 아이가 어리다 보니 외출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시누이가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한소리 했나 보다. 아기 데리고   집에 들러야 하는  아니냐, 엄마가 아기 보고 싶어 하는데 50일이 다되도록 어떻게 집에도  데리고 오냐  아기도 낳아본  없는 시누이가 시어머니 대신 남편에게 쏘아붙인 듯했다. 그 말은 들은 남편은 조심스럽게 이제 50 지났으니 자기 집에 데려가는  어떻겠냐고 말을 꺼냈다.  조그만 신생아를 차를 태워서 굳이 왔다 갔다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렇게 당신 댁에서 보고 싶다고 하시니 짐을 한바리 챙겨서 시댁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시댁. 남편은 주차하느라 조금 늦게 올라오고 나 먼저 아이를 안고 시댁에 들어갔다. 아이를 시댁에 내려놓고 손을 씻는데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뭔가 낯선 기운이 느껴진 건지 아니면 어딘가 불편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나도 미숙했고 사실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하나도 모르겠는 것들이 더 많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해 얼른 달려와 안고 달래는데 생각보다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집에서 이렇게 운 적은 없었는데 장소가 바뀌고 차를 타고 오는 게 힘들었나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시어머니가 시누이에게 나를 비웃듯이 하는 말이 들렸다.

아니 어떻게 지엄마가 애도  달래냐

엄마가 안으면 바로 울음을 뚝 그치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불안하고 불편했던 아이는 결국 엄마를 아이 하나 달래지 못하는 그런 무능한 엄마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몇 분을 울다 남편이 돌아오기 전 가까스로 아이는 진정이 되었다. 남편이 들어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만히 있는 아이가 원망스럽고 이런 시댁에 날 아이와 먼저 올려 보낸 남편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어찌 이것이 아이 잘못인가. 날 그렇게 취급하는 시어머니 잘못이지.

그렇게 방에서 진땀을 빼며 아이를 달랬던 나는 어머니의 말에 한마디 변명도 방어도 하지 못한  속만 부글부글 끓었다. “아이가 여기가 낯설어서 그런가 봐요.” 이렇게 한마디라도  , 하지 못한  아쉽다.

 아이 데리고 오느라 고생했다, 아이가 차 타고 오느라 힘들었겠다 등 고운 말을 해주시면 나도 고운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곱지 않은 말을 들은 내가 내뱉고 싶은 말은 하나다.

아이도 저처럼 여기 오기 싫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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