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느리의 이기적인 푸념을 시작하며
예전에 [며느라기] 웹툰과 드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웹툰부터 정주행 하며 즐겨보았는데 드라마화가 결정되고 나서 드라마까지 열심히 챙겨보았다. 드라마의 댓글창에는 “왜 이렇게 사린이(며느라기 주인공)가 고구마인가요? 요즘 저런 며느리가 어디 있나요?”라는 뉘앙스의 댓글들이 많이 있었다. 현실 속 며느리 삶이 고구마인 게 당연하지 싶으면서도 드라마에서만큼은 시원한 사이다이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하였다. 왜 우리 며느리들은 사이다가 될 수 없는 걸까.
요즘 저런 며느리가 어디 있냐고? 그렇다면 요즘 며느리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요즘 며느리’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요즘 며느리들은 확실히 과거와 다르게 마냥 순종적이지만은 않다. 자신의 생각도 말하고 또 시댁 중심의 삶보다는 내 가족, 나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형님 또한 시어머니께도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속 시원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를 낳고 시댁에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 되면서 할 말을 삭이는 며느리가 되어버린다.
주변 친구들 중 시댁의 사랑을 듬뿍 받는 친구도 있지만 시댁 이야기가 나오면 대체로 한숨부터 쉬는 경우가 많다. 고부 갈등의 역사가 이렇게나 길게 이어져온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여전한 갈등은 언제쯤 그 고리가 끊어질 수 있을까 싶다. 아니면 내가 고부 갈등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주변이 다 나처럼 힘들다고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좋은 시댁도 분명 아주아주 많을 테니까!)
나는 소위 말하는 요즘 며느리에 해당된다. 시댁에 잘하는 기준으로 며느리를 스펙트럼화 한다면 나는 낮은 점수 쪽에 가깝다. 시댁에 그렇게 잘하지도 못하고 또 잘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기본 사고 구조만 요즘 며느리일 뿐 사람들이 원하는 것처럼 사이다를 날리는 며느리는 아니다. 나의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나를 그다지 예뻐하지 않으셨다. 겨울에 찬물 빨래시키는 일은 없었지만 얼음장보다 시린 말로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무심코 던지는 시어머니의 쓰린 말에는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해보았고 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애꿎은 남편만 탓하며 감정을 비워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콕콕 박힌 말들을 밖으로 쏟아내고 싶어졌다. 이렇게 박혀있다가는 내 몸에 다 스며들 것 같아서 가시들을 글로 털어내기로 했다. 더 지혜롭게 더 현명하게 대처하면 좋았을 법한 그날의 기록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그때 내 감정을 여기에 적어두고 더 이상 곱씹지 않기로 다짐했다. 부정적 감정에 매여 나를 옭아매고 그로 인해 고부 관계를 더 갉아내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딘가 치워두지 않으면 계속 나에게 남아있을 것 같았다. 내 글이 곧 나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머릿속을 글로 내뱉어낸 후 이제는 깨끗하게 비워내려고 한다.
어쩌면 내 글은 본격 시어머니 저격글이다. 그러나 아무 말도 못 했던 나를 저격하는 글이기도 하다. 나만의 비밀일기지만 조심스레 공개해본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게도 내 글에는 청량감 넘치는 사이다는 없다. 그러나 내 글을 보면서 똑똑한 며느리들이 나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답을 내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