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남자 친구와 사귄 지 2년이 넘어가던 때에 이제는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부모님께 미주알고주알 나의 연애에 대해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또 결혼을 할지 말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남자 친구를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다. 그러나 이제 우리 나이도 대한민국에서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 그즈음에 가까웠기에 가벼운 연애에서 부모님 등장의 필요 여부가 고민되는, 그렇게 연애에도 무게가 실리는 시기였다.
마침 남자 친구의 어머니 생신이 가까워온다 하여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날이 다가올수록 마치 시험장에 들어가는 날처럼 떨리고 긴장되었다.
그 당시 나는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먼저 식당에 도착한 나는 1층에서 ‘뭐라고 인사하지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시나리오를 그리며 식당 유리창에 비친 나의 옷매무새를 신경 쓰고 있었다.
‘우리 도착했어 주차하는 중’ 남자 친구의 연락에 쿵쿵쿵 심장이 더 크게 뛰는듯했다. 이게 뭐라고.
이 자리가 뭐라고. 그렇게 긴장했는지 돌이켜보면 참 내 모습이 우습기까지 하다.
그렇게 남자 친구와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앉아계신 곳에 똑똑똑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게 되었다.
문이 열리면서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과 나만큼이나 어색하게 웃으면 날 맞이하는 남자 친구의 모습이 겹쳐지는 찰나에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
“그래 어서 와라”
어서 오라고 한 것이니 반가워하신다는 거겠지, 날 처음 보시는 것이지만 아들의 여자 친구니까 편하게 생각하시는 건가 보다 등의 생각들… 도 사실은 나중에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어색한 공기를 뚫고 들려오는 저 말이 난 참 고맙고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다. 남자 친구를 우리 부모님에게 데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 안녕하세요.”
한 남자로 인해 시작된 두 여자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훗날 나의 부모님이 처음 내 남자 친구를 보여주는 자리에서 “어머 어서 와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라고 존댓말을 쓰는 우리 엄마를 보며 난 당황했다.
왜 엄마는 존댓말을 하는 거지? 우리 엄마에게 딸이 처음으로 인사시키는 남자라 어색해서 그런 건가? 엄마가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러워서 그런 건가?
그러나 그때에도 단순히 “요”를 붙이고 안 붙이고의 차이가 앞으로 펼쳐질 나의 결혼생활에서 매우 큰 고난을 불어온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건 단순히 사람의 차이, 집안의 차이를 넘어서 ‘며느리’와 ‘사위’라서임을 뒤늦게 깨닫고 매번 실감하게 되었다.
결혼 후에도 어머니는 나를 “얘, 너, 얘는”으로
우리 엄마는 남편을 “사위, 땡 서방”으로 부른다.
그저 착하고 예쁜 처자로 보이고 싶었던 20대의 나는 순진하고 어리석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 남자 친구의 어머니가 나에게 한 “그래 어서 와”는 사실
“그래 어서 와 시월드는 처음이지?”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