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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by 짧아진 텔로미어

나무


마음이 너무 고요해져 물이 되었을까

말을 삼킨 지 오래라 잎맥마다 침묵이 퍼져 나가고

손끝은 잎사귀의 가장자리를 닮아 가만히 빛을 모으고 있다.

햇살은 느리게 혈관을 따라 흘

피 대신 수액이 돌고

낮은 진동으로만 뛰는 심장은 분주히 계절을 갈아입었다.

혀로 소리 내는 법을 오래전에 잊어

누군가 불러도

꽃의 개화로 대답하거나

그늘의 길이나

바람에 흩날리는 수화로 대답한다.

뿌리는 기억의 심도를 따라 깊이깊이 내려가

지상에 솟은 정을 잠재우는데

요동치는 내 마음

고요를 장해서라도 잠시

돌보다 오래,

바람보다 묵묵히 서 있는 나무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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