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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Aug 17. 2022

Teardown

나를 부인 (否認)하기

Teardown

완성차 회사에서 근무하며 얻을 수 있는 좋은 점 중의 하나는 Teardown (차량을 파트별로 분해하여 전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구조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보닛을 여는 것 밖에 없다. 정비소에서 일하더라도 파트별로 분해하여 볼 수는 없다 (차 한 대를 폐기시켜야 하므로). 그래서 Teardown 전시를 하는 기간에는 꼭 방문을 한다. 알터네이터 (Alternator. Generator 즉, 발전기로 불리기도 한다.), 스타터 (Starter, 시동 점화 장치) 그리고 배터리를 담당해오며 방문한 Teardown 횟수는 5번이다. 보통 일 년에 1~2회씩 진행하는 것 같다.


CSG (Crankshaft Starter Generator)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Honda Accord Hybrid) 차에는 CSG라는 파트가 장착된다. CSG는 Crankshaft Starter Generator의 약어로써, 200~300V 고전압을 출력하는 장치이다. 영구 자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 재료는 희토류이다.) 엔진 크랭크축 (Engine crankshaft)이 CSG를 관통하는 구조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동 (Starter) 및 발전기 (Generator) 역할을 수행한다. 즉, 이 차량에는 별도의 Starter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 차량에는 스타터와 알터네이터 파트가 명확히 구분되어 장착되었다. 시동을 걸고 차량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스타터와 알터네이터가 꼭 필요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동 원리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타터> 출처 : https://www.louis.eu/artikel/starter-motor-arrowhead/10039330
먼저 스타터는 마그네틱 스위치 (Magnetic switch)와 모터 (Motor)로 크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끌어다가 마그네틱 스위치를 작동시키고, 이 스위치는 모터를 돌려 엔진 크랭크 축을 회전시킵니다. 이후 엔진 크랭크 축의 회전 운동을 벨트 (Belt)와 풀리 (Pulley)를 통해 전달받아 로터 (Rotor)와 스테이터 (Stator) 간의 전자 유도 현상을 일으켜 차량의 전기 부하에 전력을 공급하고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참조로 스타터는 모터 (Motor), 알터네이터는 제너레이터 (Generator)로 불립니다. 즉, 모터는 스스로 회전하지만 제너레이터는 외부의 힘에 의해 회전하면서 발전 (發電)합니다.
CSG 파트를 찍은 사진입니다.


BSG (Belt driven Starter Generator)

CSG와 더불어 BSG에 대해서도 알아두면 좋다. BSG는 Belt driven Starter Generator의 약어로써, 차량 감속 시 회생제동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회수하여 배터리에 저장)을 통해 전력을 보충하고, 이때 얻어진 에너지를 Coasting (관성주행. 동력 없이 주행하는 타력 주행을 뜻한다.)에 사용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파워트레인이 드라이브라인에서 끊어지는 형태로 (중립단에 기어를 놓는 것과 같은 현상) 엔진 작동을 중단하고 회생제동으로 얻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연비 향상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ISG (Idle Stop & Go) 시동 시에 스타터 대신에 크랭킹 (Cranking, 엔진을 회전시키는 동작)을 하고, 주행 보조 (Driving assist) 기능을 하면서도 연비를 개선한다. BSG에서 발전된 형태가 CSG로 생각할 수 있다.

<알터네이터> 출처 : https://www.vitesco-technologies.com/en-us/products/48v-belt-driven-starter-generator


배터리 (Battery)

전기차 (EV)에는 납 배터리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로 가장 유명한 테슬라에도 시동용으로 납 배터리는 장착된다. 효율성과 단가 측면에서 좋기 때문이다. 대신 시동용으로만 사용되므로 저 사양의 납 배터리가 장착된다. 기아 쏘울 전기차는 45AH, 410 CCA의 MF 배터리가 장착된다. 르노 조에의 경우에는 50AH, 420 CCA의 MF 배터리가 장착된다. (배터리 사양에 대한 설명은 지난 시간에 업로드한 내용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물론 전기차에는 고전압 (200V 이상.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270V를 생산해낸다.)을 만들어 내는 트랙션 배터리 (Traction Battery)가 엔진을 대신하여 장착된다. 추가로 블랙박스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12V 저전력 리튬 배터리가 별도로 장착되기도 한다.

기아 쏘울 전기차 납 배터리를 찍은 사진입니다.


나를 부인 (否認)하고 묻기

Teardown 전시를 찾을 때는 가능한 파트 개발 담당자분들과 함께 가려고 한다. 구매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설계적으로 개발 담당자분들이 훨씬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디자인을 하고 사양 테스트를 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전시를 다 보고 티타임을 가지면서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나 혼자 열심히 찾고 공부하는 것보다 옆의 사람에게 물어보면 훨씬 정확하고 빨리 배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 아이가 5살인데 요새 들어 부쩍 묻는 것이 많아졌다. 왜?라는 표현과 함께 이것저것 묻는데, 그런 시간을 통해 금방 습득해 간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질문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그런데 잘 묻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는 후배나, 동기들에게 물을 때 조금씩 주저할 때가 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묻는 게 당연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데 물으려고 하니까 아직 이것도 몰랐냐는 말을 들을 것 같아 아는 척하며 혼자서 어렵게 알아볼 때가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 기업인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배운 게 없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배울 수 있었다고 하였다. 이 말을 알고는 있는데 실천을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이러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알고 있는데 하지 않는 이유는 내 마음의 위치 때문인 것 같다.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서, 항상 잘난 사람이고 싶어서 묻질 않는 내 모습을 본다.


참 감사하게도 마음의 세계를 배우고 나서부터는 많이 묻고 다닌다. 각오를 해서 마음을 바꾼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올라오는 생각을 부인 (否認)한다. 내 기분이나 생각 그리고 느낌은 이전과 똑같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묻는 것이다.



나는 나라는 사람에게 오랫동안 많이 얽매여 왔다. 내 감정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조금이라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내 삶은 어려워져만 갔다. 그런데 사실 내 생각을 부정하는 게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에 오만 가지의 생각을 하는데 그중에서 나를 이롭게 하거나 선한 생각들은 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쓸데없고, 악하고, 더러운 것들 뿐이다. (혹시 저만 이런지는 모르겠네요...) 그래서 내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놓게 되었고, 그러면서 내 삶이 전보다 훨씬 좋아지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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