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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Sep 27. 2022

신규 협력사 발굴

무엇에 대한 투자

신규 업체 방문

올해 초 따뜻한 봄바람이 불 때 사무실을 들리지 않고 아침 일찍 업체 공장으로 향하였다. 거래가 있지 않은 새로운 업체였다. 거리가 꽤 멀었으나 차를 타고 출발하였다. 장거리 출장에 차를 갖고 가면 피곤하기도 하고, 자가용 대신에 기차를 타면 가는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나는 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시간 운용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회의가 길어지더라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필요할 경우 출장 중 다른 협력사를 방문할 수도 있다.


봄기운에 졸지 않도록 출발 전에 박카스를 하나 마신다. 처음에 비하여 약효가 떨어지는 것 같지만 졸음을 방지하기에 아직까지 이만한 음료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이내 졸음이 밀려온다. 잠을 깨기 위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여보, 일 잘하고 있어?"

"어, 잘하고 있지:) 무슨 일이야?"

"운전 중인데 졸려서 전화해 봤어"

"무리하지 말고 휴게소에서 쉬면서 가"


특별한 대화는 아니지만 이렇게 전화를 하고 나면 잠이 달아난다. 졸음운전을 쫓는 최고의 방법이다. 가끔 아내가 일하면서 전화를 못 받을 때는 누구에게 전화를 하면 좋을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생각을 하다 깜빡 조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업체로 출장을 간 이유는 해당 업체에서 소싱에 참여하기를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작년에 몇 차례 F2F (Face to Face) 미팅을 가지며 차후 어떤 프로세스를 거칠지에 대해 의논을 하였었다.


협력사 판넬 (Supplier Panel) 관리

완성차 업체에서는 협력사 판넬 관리를 한다. 소싱에 어떠한 협력사를 포함시킬지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다. 동일한 파트를 생산하는 업체가 여러 곳이기에 사전에 평가를 거쳐 협력사 풀 (Supplier Pool)을 만들어 둔다. 이때 출장 건은 판넬로 등록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첫 번째 단계였다.


판넬로 등록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절차가 요구된다. 그중 하나는 공장 프로세스 평가이다. 등록하고자 하는 대상 파트에 대한 설비 라인과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확인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업체들의 경우 라인 구축과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에 매우 꼼꼼히 따진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후 최소한의 점수를 만족해야만 판넬 등록이 될 수 있다. 점수가 미달될 경우에는 새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프로세스 평가가 통과된다고 해서 바로 판넬로 등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무 건전성 및 향후 비즈니스 방향도 검토된다.


이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염려 포인트가 있다. *양산 생산 (Mass production)의 경험이 없을 경우 개발 및 품질, 그리고 납기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양산 생산 : SOP (Start of Production)부터 EOP (End of Production)까지의 완성차 차량 생산을 가리킵니다. 종종 협력사에서는 AS (After Service) 용으로만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파트의 특성에 따라 완성차 업체를 거치지 않고 시장 (Market)에서 소비자들에게 바로 판매를 하기도 합니다. 신차가 출시되고 EOP 되기까지 파트는 엄격한 품질 관리 과정을 거치기에 후에 다른 프로젝트 소싱에도 기본적인 신뢰도를 만들어 줍니다.


설비 라인 체크

공장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업체의 영업 담당 부장님이 주차장에 내려와 계셨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데 이렇게 대하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런 것에 마음을 쓰진 않는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 대 회사의 대표로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것보다 회사의 대표로 간다는 사실에 더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것에 끌려가면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느낌과 사실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도착해 보니 평가팀의 차장님이 먼저 도착하셔서 검토를 진행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거리가 멀어 조금 늦었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대리님.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가볍게 인사드린 후 자리에 착석하여 내역들을 같이 살펴보았다. 프로세스 항목들에 대해 점검을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러고 나서 점심시간이 되어 업체 공장장님, 연구소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출장을 가면 점심을 외부 식당에서 먹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데 이번에는 도시락을 준비해 놓으셨다. 칸막이를 한 채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였다.


연구소장님은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이전에 근무했었다고 하였다. 본부장님도 잘 알고 있다고 하였다. 이야기 속에서 서로 양사의 상황을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한 시간이 조금 안되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평가를 진행하시는 차장님에게 양해를 구한 후 영업 부장님과 라인을 체크하러 갔다. 차장님과 달리 당일 출장이었기에 일정을 따로 진행해야 했다.


거래 중인 협력사 대비 이곳은 회사의 규모가 작은 곳이다. 그리고 히스토리 또한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싱에 참여시키기에 라인 구축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다. 라인을 모두 둘러본 후 영업 담당 부장님은 소싱 참여에 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업체의 입장은 소싱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보다 완성차에 납품한다는 이력을 갖길 원하는 것이었다. (적극적인 의사는 반길 일이지만 무리한 진입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므로 적절한 상황인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출장 일정을 마치고 업체를 나왔다. 보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평가 결과가 나왔다. 소싱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였다. 업체에게도 나에게도 또 다른 기회의 발판이 되었다.



업체에서는 완성차 판넬로 등록되기 위하여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훨씬 더 큰 가치로 돌아올 투자로 여깁니다. 삶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에 투자를 합니다. 근래에 또래들을 보면 주식과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몰라 어려운 일을 겪는 친구들을 종종 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붙들어주고 일으켜줄 사람을 얻는데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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