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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Jan 11. 2023

꼭 필요한 일일까?

왜?라는 질문을 한번 던져 봅니다.

퍼포먼스 관리

제가 일하고 있는 부서에서는 매달 퍼포먼스 마라톤 미팅 (Performance marathon meeting)이 있습니다. 파트 단가의 변동을 예측하여 실적 관리를 하기 위함인데요, 매년 주어지는 원가절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재어보고 상황이 어렵다면 여러 계획과 실행을 통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달려가야 할 목표와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기에 참 중요하지요.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일을 꼭 해야 하나?'


워크로드는 줄이는 방향으로

수많은 부품들의 단가 변동을 정리하고 목표 수치와 비교하는 일은 워크로드 (Workload)가 많이 걸립니다.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파트를 취합하기에 숫자가 맞지 않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돈을 다루는 구매부서에서 숫자가 맞지 않는 것은 곧 '이 자료는 쓰레기입니다'를 의미하기에 취합자는 상당한 집중력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모든 일에 1원까지 맞추도록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적은 본부장님께 보고되기에 정확해야 되지요...

각 파트 담당자들도 실적을 정리해서 취합자에게 넘기기 위해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역시 가장 크게 워크로드가 걸리는 사람은 취합자입니다. 그리고 제가 바로 그 취합자입니다:)


이번 달은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때이기에 작년에 작성하던 Bottom Up (확정된 단가 변동 예측) 자료를 업데이트를 해주어야 합니다. 해오던 것처럼 이번에도 필요한 자료를 정리한 후 각 담당자들에게 요청을 하려고 하는데 '이 일을 꼭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상당한 워크로드가 걸리는 것입니다. Price (단가), Delivery (운송) 외 여러 이슈를 다루어야 하는데 여기에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얹히기에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게 됩니다. 구매부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잘 정리해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화된 단가를 협의'하고 '생산 라인이 끊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예측이 빗나갈 때가 자주 있다는 것입니다. 실적은 단가의 변동과 파트 수량에 의해 결정됩니다. 단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예측한 것과 실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어 급히 Air (배가 아닌 비행 편)를 통해 납입하면서 갑작스럽게 물류비가 올라갈 수도 있고, 계약된 수량에 비해 납입 수량이 너무 적어 협의된 단가 인하 시점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적 예측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차량 생산 수량이 바뀔 소지가 큰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달은 과거이기에 상관이 없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 수량은 실제와 달리질 소지가 많습니다. 특히 제가 속한 부서에서 실적을 계산할 때 생산관리팀으로부터 자료를 받는데, 이 자료는 뻥튀기(?)가 있다는 것이 흔히들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이런 실적 보고를 할 때 건의를 드려 조금씩 일을 줄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함에도 여전히 일은 가볍지 않지만... 이전에 비하면 많이 최적화되었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보통 직장인들은 '왜?'라는 질문을 잘 던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들 이렇게 하니까, 이 부서는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으니까 나도 해야지 하며 규칙과 틀에 맞추는 경향이 큽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게 맞기도 하고요. 일의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익혀야 하는 불편함을 만드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하니까요:)



생각해 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주어진 문제의 답'을 찾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여온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학생 때는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사회에 나와보니 '답'이 아니라 '질문'이 중요한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회사 일에도 처음 맞닥뜨리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럴 때는 '주어진 정답'이 있지 않으니까요.


ps. 둘째 딸은 요새 '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습니다. 종종 그 질문을 들으면 어... 할 때가 있는데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를 딸에게서 배워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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