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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이 크게 울었다

(셀프 글쓰기 챌린지 16) 미안하다 얘들아.... 인생이 좀 그래.

by 글구름


오늘 학교 다녀온 중학생 아들은

분노에 가득 차 있었고,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 억울해했으며,

매사 노력으로 생활했던 것에 대한

허망함에 대해 얘기하며 크게 울었다.


특정 선생님 한 분이 복장에 대하여

본인이 만든 규칙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 삼분의 일이 벌점을 받았다고 했다.


아들이 전하는 내용에 어른인 나조차도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긴 했다.


아이들이 학교 규정에서 벗어나게 입은 것이 아니라 그분이 정한 방식으로 갖춰 입지 않았기 때문에 받은 벌점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이들은 당황했고,

크게 분노했고, 억울해했다고 한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기도 했지만 단호하게 규칙만 얘기하고,

너무 큰 잘못인 것처럼 말씀하셔서 당시에는

이것이 어떤 큰 잘못인가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공산주의 국가가 이럴까'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상황을 다시 돌이켜 보고는 단체로 크게 분노하며 안 좋은 얘기가 오간 것 같다.


아무리 둘러봐도 불량하게 옷을 입은 아이들이 없는데 선생님 혼자 정한 규칙에 어긋나서 받은 벌점은 도대체 학생들의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되라고 하신 거냐며.


학교 생활에 물의를 일으켜서 어떻게든 교정이 필요한 경우에 벌점이라는 것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 상황은 아이들이 전혀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오히려 신학기에 적응하려고 자기 성격 누르며

무던히 애쓰고 있는 사춘기 남자애들을 흥분하게 했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이미지가 너무나 나빠져 버렸다.


과거 80년대, 90년대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복에 포함된 타이를 안 하고 갔거나 양말 또는 스타킹 색이 규칙에 어긋났다며 다짜고짜 매를 맞는 시절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아이들의 생각 수준은 너무 다르다.

그 시절을 겪은 부모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넘어갔지만 지금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강압적으로 하면 청소년들은 절대 따르지 않는 시대다.

생활습관에 있어서 위험하거나 문제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너그러운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이 납득하도록 이해시켜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선생님도 본인만의 교육 신념이 있을 것이고,

과거 어떤 사연이 있어서 이 부분을 크게 바라보는 것일 수 있다. 살면서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2024년 이 시대 아이들이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무조건적이고, 강제로 규칙만 강요 하는 공산주의 이미지로 보이는 것은 참 속상한 일이다.


아빠만큼 커버린 아들이 억울해서 펄펄 뛰며 눈물 흘리는데 '정말 속상했겠다'라는 말과

'그 선생님도 그러시는 이유가 있으실 텐데 뭘까?'라고 말하며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그 상황에 놓였던 평범하게 학교 생활 잘하려고

애쓰던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지금도 많이 안타깝고 슬프다.


요즘처럼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의 관계가 예민한 시기에 이런 일이 생기니 부모로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이 어렵다.


억울한 상황, 황당한 상황, 답답한 상황을 경험하게 해 주시는 선생님이신가 보다 하고 넘어가야 하나.


미안하다 얘들아.... 인생이 좀 그래.

이런 방식으로도 사람을 배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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