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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4. 2023

며느리의 여행

다가온다. 새끼 제비처럼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바짝 다가온다. 주홍색 물렁감이 타깃이다. 맛보기가 끝난 모양이다. 옹알이도 한다. '얼른얼른 주세요, 함머니.'

며느리는 3년째 육아 중이다. 큰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자 퇴행하고 작은 아이는 이제 이유식을 시작한다. "한 달 살기는 어디가 좋을까요, 어머니?" 며느리가 꿈꾼다. 두 아들을 데리고 낯선 동네에서 한 달 살기를 그린다.

"내 집에서 살아 볼래?" 시험삼아 1주일 살아보라 한다. "그래도 됩니까, 어머니?" 되고말고! 바늘 따라 실도 오니 절간 같은 할멈 집에 에너지가 넘친다. 아들 손자 며느리와 70시간, 3박 3일 여행이다.

강구에서 대게, 홍게, 물회를 먹고 포항 가서 폭립과 스파게티, 피자도 맛본다. 삼사해상공원에서 동해 윤슬을 내려보고 화진해수욕장에서 자갈해변을 자그락자그락 밟고. 읍소재지를 천천히 걸어다니고. 며느리의 사흘 여행은 길지 않다.

함머니를 부르는 소리, 홍시 빨리 달라는 옹알이를 집안 가득 담아주고 며느리는 여행을 마무리한다. 다시 절간지기가 된 할멈이 나흘만에 삼사까지 걷는다. 며느리의 전화이다. "어머니. 조수미 가실래요, 오케스트라 가실래요?" "오케스트라!"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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