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명옥 Sep 11. 2023

아카가와라에서 맷돌커피를 마시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일본사」는 전직 외교관 신상목이 쓴 책이다. 은퇴 후 강남역 근처에서 일본식 가락국수집을 운영하는 저자는 일본 에도시대를 생활문화사적으로 분석한다. 에도시대는 에도막부가 일본을 통치한 1603년부터 1868년까지로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고 문화가 번영한 기간이다.


일본 에도시대 특징 셋! 구야시이, 에도코몬, 이키데이나세. 수탈자에게 한을 품지 않는 구야시이 민족성. 감색, 쥐색과 차색 3색으로 잔잔한 무늬를 넣어 100여 가지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 에도코몬! 절제되고 심플한 세련미를 지닌 서민의 미의식 이키데이나세. 에도시대 260년은 독서와 여행과 토론을 즐기는 민중을 키웠다. 조선이 선조부터 철종까지 임진, 병자 양란과 사색당파로 너덜너덜해진 동시간대에 일본은 미소장, 미소와 눈물, 힘과 지혜를 갖춘 강자로 성장했다. 이중성과 양면성을 지닌 악어 같은 일본과 악어 등에 올라탄 토끼 같은 대한민국에 대한 균형 잡힌 일본론이 필요한 시점에 일본을 본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일본사」를 함께 읽고 우리는 돗토리현 구라요시市를 찾아갔다. 에도문화가 겨우 보존되어 있다는 구라요시시에는 빨간 지붕과 하얀 창고집들이 남아 있었다. 골목길을 걸으며 구야시이 일본과 이키데이나세 민중을 떠올렸다. 홋카이도 '다테지다에무라'는 깃발 따라 다녀온 관광지였는데 에도시대를 재현한 테마파크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카페 구락(久樂)은 하얀 벽과 빨간 지붕 마을의 5호 상점이다. 맷돌에 원두를 갈아 에도 커피문화를 이어간다. 편리하고 세련된 기구를 쓰지 않고 맷돌그라인드를 지켜온 문화 값이 제법 비싸다. 곁들인 단팥 종지와 소소한 볼거리에 여인들은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다. 오래된 빨간 지붕과 하얀 벽들이 예스럽고 주민이 거의 보이지 않아 조용하다.


구라요시市는 에도시대에 지어진 창고집들을 보존하고 있다. 수애와 정우성, 차승원이 「아테나」를 찍은 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찾아가서 맷돌 커피를 마시고 냇물에 걸쳐진 다리 위에서 빨간 지붕을 찍는다. 부지런히 포즈를 잡는 여인들은 에도문화보다 드라마「아테나」를 본다. 에도문화를 읽고 온 우리들은 아카가와라(빨간 지붕 赤瓦)가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자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