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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Nov 20. 2023

나는 저녁이다

<아침 그리고 저녁>

마침표가 안 찍힌 글,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라 당황스럽다. 무의미한 말들이 반복되고 단락은 길다. 지루하겠다는 느낌이 확 든다. 문장과 단락이 익숙하지 않다. 목차도 친절하지 않다. 챕터 1,2로 나누고 어떤 말도 아니한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글, 독자를 힘들게 한다. 


매듭이 없는 글인데 술술 읽힌다. 마침표가 없어도 호흡이 조절되고 단락이 길어도 눈치껏 구분한다. 가난한 어부의 고된 삶에 사랑, 이별, 자유, 외로움이 교차한다. 망자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서사이다. 질문도 도움도 없이 낯선 어부의 삶을 여행한다.


신화학자 조셉 켐벨이 '행복은 의미에 있지 않고 숨 쉬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란다. 아이들이 뛰어놀 때 의미를 찾지 않듯 행복한 사람은 의미를 찾지 않는다고. 행복한 사람은 시계도 보지 않는다던데? 의미를 찾거나 시계를 보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포세의 사람들은 그냥 살아간다. 삶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살아간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욘 포세의 127쪽 장편소설이다. 2000년 발표되고 우리나라에는 2019년 번역출판되었다. 2023년 10월 5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책방에서 눈에 띄는 자리에 놓인다. 여기에는 노르웨이 피오르, 어부의 삶과 죽음, 리듬을 살린 산문이 있다. 삶의 의미를 찾지 않는 삶이 있다. 숨 쉬는 것을 알아차리는 자연의 삶이 있다.


새로운 놀이를 즐기고 새로운 말들을 찾던 시절이 아침이었나? 이제 놀이에 빠질 호기심은 줄고 정신력은 약하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저 나를 알아차릴 뿐이다. 저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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