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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Feb 15. 2024

내 웃음 어디로 갔지

그녀가 오지 않는다. 어제 15:30 약속을 어기고 '내일 아침 9시에 오마'고 약속한 코디가 연락도 없다. 30분 기다리다가 전화하니 받지 않는다. 다른 집에서 AS 중이라면 못 받을 수 있지. 10분 더 참다가 문자를 보낸다, 통화해 달라고. 문자도 안 보네.


서너 번 통화를 시도한 끝에 연결된다. 10:00 묵직한 목소리가 받는다.

-"어! 코디님 전화기 아닙니까?"

-"코디 폰 맞습니다. 어제저녁에 우리 집에서 작업하고 갈 때 흘렸네요."

여기저기 연락하는데 아직 전하지 못했다 한다.


비데와 공기청정기 필터는 격월로 교체한다. 코디는 포항에서 오는데 자주 바뀐다. 어제 '내일 갈게요'라는 전화를 걸어왔을 때도 조용히 말했다. "일류업체에서 왜 이러세요? 내일 봐요."

복기해 본다, 말투는 부드럽고 목소리는 가벼웠어야 했나? 표정이 불편했을까? 어쨌거나 오늘은 글렀다.


후포 등기산 꼭대기에 신석기 유적관이 있다. 건물은 작고 유물은 적어도 해설사가 상주한다. 평일 한낮에 방문객이 없어 50대 해설사와 주절주절 주고받는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천 명 이상 다녀간다, 딸이 둘이다, 선생님 표정이 인자하시다, 꼭 또 오시라~.'


절판된 '웃음'이 중고매장에 한 권 나왔다. 기다리던 웃음이지만 너무 비싸서 망설인다. 등기산의 매화는 미소와 향을 그냥 나누는데 이  웃음은 왜 이리 비쌀까? 출판사에서 다시 찍어 휘리릭 뿌리면 좋겠다. 내 웃음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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