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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May 05. 2024

소설 쓰시네

"니가 내 젖꼭지를 깡 물었다. 물고 흔드는 바람에 피나고 헐었어." 젖먹이 내 성격이 모질다는 의미였다. 어머니의 저 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해지고 어머니에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니가 내 젖꼭지를 물고 흔들었다. 젖꼭지가 떨어졌다."

-네? 젖꼭지가 떨어졌어요? 피 엄청 흘렸겠네요?

"많이 흘렸지."

-새로 생겼어요? 함 봅시다.

"뭘"


어머니 말이 갑자기 달라진다. 60여 년 반복해 오던 '깨물었다'가 '물어뜯었다'로 둔갑한다. 천연덕스럽게 말을 바꾸네. 모진 딸을 포악한 딸로 바꾸다니. 어머니가 소설 쓰시네.


구순의 어머니가 혈관  확장 수술을 받았다. 투석에 대한 준비 수술이다. '자는 잠에 가면 좋겠다'라고 소원하던 노인이 몹시 힘들다. 음식은 모두 쓰고 속은 늘 메스껍다. 그래도 계산은 정확하고 경로당 회장직도 꼼꼼하게 수행한다. 당신의 인생 소설에 반전 살짝 넣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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