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로, 포항 문화인의 거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청포도 다방에 어반 스케치 회원 12명이 작품 30여 점을 걸었다. 시작한 지 12개월인 나도 두 점 걸었다.
urban sketch, 도시 풍경을 그린다. 동네 풍경도 그리고 풍경의 일부인 인물이나 정물도 그린다. 스케치에 가볍게 색도 입힌다. 원숙미나 개성에 차이는 있지만 잘 그리겠다는 마음을 덜어내고 각자의 스텝으로 그린다.
나를 표현하는 작업은 남을 이해하는 일보다 어렵다. 글을 읽기보다 쓰기가 어렵고 그림을 보기보다 그리기가 힘들다. 그런데 새로운 것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이 좋다. 건강한 스트레스가 삶에 동기가 된다.
새 일을 배우니 새 세상이 보인다. 일상에 새로운 등불 하나 켠 듯하다. 그릴 대상을 찾고 사진 찍고 관찰하고 그린다. 구도를 잡고 선을 긋고 색칠하는 과정이 존재 이유이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할멈은 그리는 시간이 즐겁다. 고프스타인의 할머니가 낚시하기 위해서 일찍 자듯 스케치가 나의 일상이 된다.
효자시장 노점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늘 보는 모습이지만 첫추위가 온 아침에는 지나갔다가 돌아온다.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사진을 보며 그린다. 야채 장수 할머니를 보고 또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오락가락한다. 어설픈 스케치 시간이 낭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