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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이 반사회적인 문화를 만날 때

반사회적인 사회에서 반골은 어떤 존재인가

by 백재민 작가

나는 반골이다. 하지만 반골인 나도 사람인지라, 일상의 작은일까지 매번 원칙을 따지고 들지는 않는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살때 "왜 이 과자는 이 가격이어야 하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버스에서 "왜 이 노선은 이렇게 설계됐는가?"라고 따지지 않는다. 그런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지나가면 될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것만큼은 염두에 둔다. 나의 신념체계의 한계가 있더라도 무엇이 옳은 일이고, 무엇이 나쁜 일인지 생각하는 것 말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각개인의 윤리기준은 상이해졌다. 그럼에도 계급의식이나 옳고 그름을 분간하려는 사고자체를 포기해서도 안되고, 그럴수도 없는게 사람이다.


1961년 예루살렘법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돌프 아이히만은 놀랍도록 평범했다. 그는 그저 상부의 명령에 순종했고, 상관의 지시를 성실히 수행했으며, 자신은 의무를 다할뿐이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 불렀다. 아이히만의 사례는, 그리고 나치의 경우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속에서 지배층의 공범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할만하다.


내가보기에 '반골'이라 불리는 이들은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부자감세가 합리적이라 말할 때의심하고, 대형교회를 세습하는 권위가 합리적이라 주장할 때 행동으로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할 점이있다. 모든 반대가 다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반골기질을 가진사람과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고민한다. 후자는 막연한 불만만 표출할뿐, 논리체계도 깊은생각도 하지 못한다. 지금의 조직문화가 앞으로의 업무와 효율, 더나아가 지역사회에 끼칠 영향을 고민하는 일과 "아, 오늘 구내식당 점심밥 드럽게 맛없네"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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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출신 글쟁이. 넓은 스펙트럼을 지향하는 이단아. 평론과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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