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다, 삶이 흐릿해졌다”

끝이라고 생각한 그 끝에서

by 캐타비

1. 두 달간의 공백

최근 두 달 동안, 갑작스럽게 우울감과 불안이 심해졌다.
이유를 하나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건 ‘그림’을 손에 잡지 못할 만큼 무너졌다는 거다.
예전엔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리고, 커뮤니티에도 올리고, 공모전에도 도전하고...
정말 ‘이 길을 가보자’는 마음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2. 그 질문 하나가 나를 흔들었다

“과연 내가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었다.
공모전에서 장려상, 특별상을 받은 경험도 물론 소중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게 나를 먹여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들 축하해줬지만, 속으로는 ‘이게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밀려왔다.

세상엔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이 많고,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도 차고 넘친다.
나는 그 선에서 밀려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 질문 앞에, 대답을 미루게 됐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이게 그냥 나 혼자 객기로 덤벼든 건 아닐까?
멍청하고 무모하게 시작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점점 갉아먹게 되었다.


3. 그래도 그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생각해도 그림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포기라는 단어를 스스로에게 꺼내보기도 했지만, 그조차 쉽지 않았다.
차라리 미련 없이 손을 놓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가족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설 수 없다면, 이젠 끝인가’ 하는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죽음까지도 스쳐지나갔다.
물론 그런 생각은 금방 꺼지지만, 그만큼 버겁고 막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간은 흐르고 기다려주지 않는데, 나는 왜 자꾸 망설이고, 두렵고, 무섭고, 불안할까.


4. 끝이라고 생각한 그 끝에서

사람들이 말한다.
"직장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
"하나라도 잘하는 게 없어서?"
"절박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너 그냥 게을러서 그래."

그 말들이 다 틀렸다고는 못 하겠다.
나는 지금도 혼란스럽고,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는 의미가 사라진 기분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나는 점점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존재가 된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그림을 생각한다는 게, 어쩌면 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 아닐까.

이 글을 쓰는 것도 사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처럼 어디선가 조용히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
“나도 그래”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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