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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상과 허상 Oct 18. 2024

순간 다스리기 수양

사진 작가는 한 순간을 사진에 담기 위해 밤낮을 지새우고, 낚시꾼은 물속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의 흐름을 가늠하며, 운동 선수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하고, 예술가는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순간 다스리기 수양은 끝없이 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정신훈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으며 현재의 순간을 다스리는 것이다.


순간을 다스리는 마음의 수양

마음의 수양은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자세로 마음을 비우는 수련이다. 텅 빈 마음속에는 눈에 보이는 세계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 느낌 등의 세계도 없다. 이러한 수련의 시작은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의 정신이다. 정신을 하나로 집중하여 생각과 기억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수련을 통하여 부딪치는 순간도, 과거 상처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도 모두 다스릴 수 있다. 

이와 같이 순간을 다스리는 마음의 수양은 순간을 다루는 반면, 집중 명상 등 다른 명상에서는 마음의 상태를 다루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순간을 다스리는 마음의 수양에서도 집중명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호흡, 소리, 형상의 수련 방식을 이용한다. 다만 집중명상과의 방식에서의 차이점은 수행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집중명상이 조용하고 외 따른 장소, 오랜 시일의 수련을 강조한다면, 순간을 다스리는 마음의 수양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생활속에서 혹은 갈등 속에서 행하여 질 수 있도록 그 방식이 단순화 되어있고, 개인 개인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맞춤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순간 다스리기 수양이란?

순간 다스리기 수양은 그 원리와 수양 방식에서 명상과 유사하지만, 그 중심이 순간에 있고 실행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이 수양은 '순간의 말' 또는 '순간의 소리'의 힘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지나친 걱정과 근심에서 비롯된 정신 건강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순간 다스리기 수양은 제2의 습관을 활용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시작을 인지하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순간을 다스린다. 이 수양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영원한 현재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우주의 진리를 깨달으려는 불교와 선불교의 원리를 따른다.

우리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간다. 그래서 삶은 부딪치는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자동차 충돌처럼 피해야 하는 위험한 부딪침의 순간들이 존재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지나친 의견 충돌이나 자신의 감정 폭발 등은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이러한 충돌이 부모와 자식 간에 발생하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그런 순간을 피할 수 있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지난 실수를 반복하며 더 큰 후회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심각할 경우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나 예방적인 차원에서는 적절한 책이나 다양한 명상법이 도움이 된다. 그중 하나가 순간을 다스리는 '순간 다스리기 수양'이다.


순간다스리기 수양이 왜 필요한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가족 안에서는 식구들과, 사회 공동체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관계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갈등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인간관계를 꽃나무에 비유하자면, 부지런히 가꾼 꽃나무가 예쁜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듯이, 가꾸어진 인간관계도 좋은 열매를 맺는다. 갈등이나 스트레스는 꽃나무가 겪는 메마른 가뭄에 비길 수 있다. 심한 가뭄을 이기기란 쉽지 않지만, 가뭄을 견뎌낸 꽃나무가 강해지듯, 갈등과 스트레스를 이겨낸 인간관계는 꿋꿋한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

긍정적인 인간관계는 서로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부정적인 인간관계는 감정을 상하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때로는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분노로까지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담, 정신의학, 명상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마음 치유법으로 불교 등 동양 종교나 요가의 수련 방식을 활용한 명상법들이 미국 등지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마음을 다스리는 행위로 본다면, 그중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순간의 다스림'이다. 순간의 다스림은 화가 나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혹은 의도와는 달리 생각지 못한 말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마음 아픈 순간 등을 적절히 다스림으로써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순간 다스리기 수양을 위한 제2의 습관이란?

순간 다스리기 수양은 습관적 개입과 의식적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의식적 개입을 일반 명상에 비유할 수 있다면, 습관적 개입은 제2의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제2의 습관은 마치 운동이나 음악의 달인들이 반복을 통해 특정한 기술을 습득하듯, 순간을 다루는 반복을 통해 인지 능력을 익히면서 형성되는 습관이다. 이 습관은 감정의 순간을 멈추게 하는 힘을 길러준다. 우리에게는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을 실천할 수 있다면, 끓어오르는 화를 다스리며 상대방과의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방법은 쏟아져 나오는 말을 멈추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연습을 계속하면 가능하다. 이러한 '우선 멈춤'의 행위는 끊임없는 반복 연습을 통해 얻어지는 습관적 개입을 의미한다.


순간 다스리기

순간 다스리기는 덕(德)을 가꾸는 마음의 수양으로, 인간관계 및 가족관계를 평안하게 할 수 있는 절제(self-control)의 덕목이다. 순간 다스리기는 본인에게 적합하도록 맞춤형으로 구성되며, 일반적인 명상과는 달리, 생각 이전에 일어나는 본능적인 반응 중 인간관계나 가족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적인 반응을 절제하여 원만한 인간관계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마음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음은 우리 안에 있다. 마음의 움직임은 우리가 일으키지만, 마음의 변화가 커지면 우리를 괴롭히게 된다. 특히 복잡한 현대 생활 속에서 마음의 주인인 우리가 마음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온갖 잡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마음 수양을 쌓아도, 일상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은 우리를 어렵게 한다.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감정의 순간들은 마음의 평화는 물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협한다. 따라서 순간 다스리기의 시작은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의 수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순간의 다스림에서 시작되는 마음의 다스림은 우리의 마음을 끝없이 일어나는 허상의 자취에서 벗어나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며, 더 크게는 인(仁)과 덕(德)의 품성을 쌓게 해준다. 인(仁)과 덕(德)의 덕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 공들여 쌓는 것이며, 쌓인 덕성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끝없는 걱정과 근심의 스트레스 사슬에서 벗어나게 하며, 인간관계, 특히 가족관계를 원만하게 하여 가정의 평화를 이루게 한다.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어려운 순간들도 있다. 이러한 어려운 순간 중 감정의 폭발은 인간관계나 가족관계를 어렵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의 폭발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감정의 폭발은 우리의 생활 속에 늘 숨어 있다. 이러한 감정 폭발의 어려운 순간을 폭발 없이 지혜롭게 넘어가기 위해 개발된 방식이 순간 다스리기 방식이다. 순간 다스리기는3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용이 간단하여 원리만 충분히 익히면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제1단계: 인지적 개입 (알아차림)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에 몇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알아차리면 화산 폭발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감정이 폭발하려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 순간 마음 다스리기의 시작이다. 감정 폭발을 억제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알아차림'이다. 마음이 흩어지고 화가 극에 달할 때, 쌓인 감정이 터지려고 할 때가 감정 폭발의 시작이다. 이는 마치 막혔던 물이 터지기 직전의 순간과 같다. 멈추고 싶지 않은 순간, 터뜨리고 싶은 순간이지만, 알아차림의 경종은 다음 단계를 열어 준다. 이러한 적시의 알아차림은 현대 의학에서도 강조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암과 같은 어려운 병의 경우 미리 알 수 있으면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알아차림의 한 예로 공황 장애로 오랫동안 고생하신 분의 경험을 소개할 수 있다. 이분은 병원 진료, 처방약, 명상 등을 활용하면서 본인의 경험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특정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공황 장애가 발생할 징후를 감지하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 순간 이분은 마치 밤손님을 조용히 쫓아내듯이 ‘손님이 오시네’를 반복하며 공황 장애를 맞이한다고 한다.

이러한 손님 환대 방식은 우리의 문화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먼 길을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有朋 自遠方來 不亦說乎]’는 공자님의 가르침이며, 석가모니는 마하가섭이 멀리서 찾아옴을 미리 알고 반기셨다는 전통적인 이야기도 있다.


제2단계: 습관적 개입

우리 몸에는 급히 닥치는 위험에서 몸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등골 반사신경이 있다. 이러한 반사 작용을 흔히 무릎 반사로 설명할 수 있다. 무릎뼈 아래를 고무망치로 가볍게 두드릴 때 다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가는 반응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에는 근육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기억은 머리로 하지만, 운동이나 악기 연주 등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통해 동작을 몸의 근육에 기억시키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 몸에는 선천적인 기억 기능이 존재하지만, 후천적인 연습을 통해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감정의 폭발은 멈추어야 하며, 기 막히는 소리나 쓸데없는 허상의 생각은 끊어버릴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빈 시간의 활용

습관적 개입을 위한 순간의 소리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익혀야 한다. 생활 속에서 이러한 연습을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버스나 교통편을 기다리거나, 흔들리는 버스나 차 안에서,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거나, 무심코 어디론가 걸어갈 때, 그 속에서 빈 시간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러한 빈 시간은 잡념이 불현듯 찾아오기 쉬운 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을 활용하여 잡념을 쫓아내고 순간의 소리를 반복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순간의 소리

불가의 가르침에는 '일갈(一喝)' 또는 '일할(一喝)'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한 번 큰 소리로 꾸짖는 외마디 고성으로, 선사들이 수련자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화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무(無)', '공(空)' 등은 잘 알려진 화두이며, 요가에서의 '옴(Om)'은 널리 알려진 만트라이다.

깊은 깨달음으로 이끄는 화두나 만트라와는 다르게, 비록 깊은 깨달음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순간순간 우리에게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주는 말과 소리가 있다.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말, 응원가, 구호 등은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적인 '순간의 소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순간의 소리에 좋고 나쁨은 없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말이나 소리가 바로 가장 좋은 순간의 말 또는 순간의 소리이며, 그 말이나 소리를 반복하여 습관화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멈추는 순간의 소리

감정의 순간을 알아차린 후, 이어지는 단계는 ‘멈춤’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 사고가 나기 직전, 충돌을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다. 우리에게는 '참을 인(忍) 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또는 '참는 게 이기는 거야'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참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감정이 폭발하려는 순간을 참고 넘기기란 단순한 생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리의 반복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입'과 같이 ‘ㅂ’ 받침으로 끝나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단어의 끝소리인 ‘ㅂ’ 받침은 음성학적으로 양쪽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공기의 흐름을 막아 생성되는 소리로, 입 밖으로 나가려는 말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달인(達人)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달인이 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주산의 달인은 손에 있던 주산이 머릿속으로 옮겨 가고, 바둑의 달인은 바둑판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골프의 달인은 골프장이 머릿속에 들어온다고 한다. '입'의 소리를 많이 연습하다 보면 소리 없이도 머릿속에서 입의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망상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순간의 소리

쓸데없는 생각은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며, 생각의 사슬을 형성한다. 이러한 망상의 사슬은 심한 경우 마음의 병을 유발할 수 있다. 망상을 물리치는 순간의 소리로 '물러가라'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물러가라'는 종교적, 주술적, 전통적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물러가라'를 반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답답한 마음을 푸는 순간의 소리 

장거리 구보 시 함께하는 구호나, 운동 경기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응원 챈트(chant), 무속 장단 등은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소리에 특정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쿵•쿵•탁•’의 소리는 알 속에서 충분히 자란 병아리가 껍질을 안에서 ‘쿵’ ‘쿵’ 두드리면, 어미 닭이 ‘탁’ 하고 껍질을 깨며 병아리가 나오는 모습이나, 답답한 심중을 ‘쿵’ ‘쿵’ 두드리며 가로막혀 있던 막을 '탁' 하고 깨고 나오는 모습과 연계된다. 또한 'ㅋ', 'ㅌ', 'ㅍ' 소리는 음성학적으로 멈춤을 깨고 나오는 강한 파열음으로 알려져 있으며, 막혀 있던 기(氣)를 풀고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기(氣)의 흐름과 연결될 수 있다.


'공(空)' 소리

사전을 보면 '공'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한자어 ‘空’(빌 공)은 비어 있다는 뜻이며, 누구나 가지고 놀고 운동할 수 있는 둥근 ‘공’, 수학에서 값이 없는 수 ‘0’, 타악기의 ‘징’과 ‘공’, 노력의 공적을 뜻하는 ‘功’ 등이 있다.
 마음의 깊이를 의미하는 ‘空’의 심오함은 물론, 수학에서 공 ‘0’ 또한 경제 단위나 수의 세계에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우리의 마음에 적용해 본다면, 마음에 생기는 온갖 근심과 걱정에 더하거나 빼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타나고, 나누면 무한대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며, 곱하면 ‘0’이 된다.
 근심과 걱정의 잡념이 들어올 때마다 ‘공’ 즉 ‘0’을 곱하는 연습을 해 볼 만하다. 조용한 산속에서 고요하게 들려오는 ‘목탁’ 소리처럼, 우리 마음 속에서 울려 나오는 ‘공’ 소리는 우리의 근심과 걱정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준다.


휘파람 소리

'밤에 휘파람을 불면 귀신이 나타난다.'라는 괴담이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옛 사람들이 휘파람에 무엇인가를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밤에는 피하고, 낮에 홀로 있을 때 휘파람을 부는 것이라든가, 소리 없는 휘파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음이 흔들리면 휘파람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마음이 가라앉아야 휘파람 소리가 잘 나오게 된다. 따라서 휘파람을 통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휘파람은 마음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어려울 때 부는 휘파람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마음이 편안할 때 부는 휘파람은 우리의 마음을 흥겹게 도와준다. 휘파람은 호흡을 조절하여 길게도, 짧게도, 높게도, 낮게도 불 수 있다. 휘파람 소리에 실려 나가는 마음의 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함으로 인도해 준다.



제3단계: 의식적 개입

의식적 개입은 인지적이면서도 습관적 단계에서 나오는 어려운 마음을 가라앉히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습관적 개입으로 감정 폭발 직전의 순간에서 일단 멈춤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가슴이 뛰고 호흡이 빨라지는 감정의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습관적 개입에 이어 의식적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효과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의식적 걷기

걷기는 우리 생활의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걷는 활동을 통해 걸음이 몸에 자연스레 배어, 걷는 방법을 별다른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된다. 이러한 무의식적 걷기에 정신을 집중하게 되면, 즉 걸음을 호흡에 맞추거나 숫자, 구호, 짧은 만트라에 맞추어 반복할 때, 그것은 의식적 걷기가 된다.


의식적 호흡

처음 태어난 아기의 호흡은 배호흡이다. 아기가 점점 자라면서 호흡이 배에서 점차 위로 올라가고, 나이가 들어 임종에 가까워지면 코호흡을 하게 된다고 한다. 호흡은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지만, 호흡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조정하면 스트레스 해소, 정신 집중, 기력 증진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흥미로운 영화를 보거나 어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 우리는 얕은 코호흡을 하기 쉽다. 따라서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얕은 호흡을 의식적으로 깊은 호흡으로 바꾸는 훈련이 중요하다.

의식적 호흡은 깊은 호흡, 느린 호흡, 복식 호흡 또는 심호흡(深呼吸)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특별히 준비할 필요는 없다. 물론 시원한 바닷가나 깊은 산중에서 하면 더욱 좋겠지만, 일상 속에서도 평상시 행하는 호흡을 의식적으로 수행하면 그것이 의식적 호흡이 된다. 예를 들어, 1분에 10~20회 정도 행하는 일반호흡을 1분에 5~10회 정도 행하면, 깊은 호흡이 된다. 일반적인 호흡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의식적인 호흡은 의도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적 호흡을 할 때는 호흡에 맞추어 짧은 만트라를 반복하거나, 온갖 근심과 걱정을 날숨에 실어 '커~' 등의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내보내거나, 휘파람 소리에 실어 내보내거나, 호흡의 들숨과 날숨을 일정한 횟수에 맞추어 실행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의식적 단전호흡

의식적 단전호흡은 모든 생각을 단전에 집중한 채 깊은 호흡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때 단전 부위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며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느낀다. 현재 속에 머무르는 동안은 과거도 미래도 없고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 이처럼 호흡에 완전히 집중할 때, 끝없이 일어나는 생각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의식적 단전호흡은 들숨, 날숨, 그리고 멈춤(지식)의 세 가지 행위를 들어 쉬고(들숨, 멈춤) 내어 쉬는(날숨, 멈춤) 방식으로 진행된다. 들숨은 코를 통해 공기를 서서히 단전으로 들여보내고, 멈춤은 부풀어진 단전에 서서히 힘을 가하는 과정이다. 날숨은 코와 입을 통해 공기를 서서히 밖으로 내보내며, 이어지는 멈춤은 단전에 모인 힘을 비우는 행위이다.

들숨과 날숨 동안 하복부 근육을 호흡에 맞추어 위아래로 움직이면 단전 부위에 모이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때 하복부 단전 부위에 양손을 가볍게 대고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과정은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도 진행할 수 있다. 단전 호흡은 단전 주위의 하복부 코어(Core) 근육을 풀어주어 몸의 기운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지며, 호흡을 통해 현재의 순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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