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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Aug 07. 2023

무의식의 지배

일상과 사색

 운전하다가 이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출퇴근길 운전을 하던 중, 머리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어느샌가 벌써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는 그런 경험 말이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라서 중간 과정이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멀쩡하게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뇌를 거치지 않고 눈과 손발이 알아서 운전한 것 같다. 실제로 뇌를 거치긴 했겠지만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호대기도 잘하고, 좌회전도 잘하면서 습관적으로 늘 가던 길을 간 것이다.


 몇 번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때론 김유신 장군의 일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뇌 님, 운전은 제가 알아서 가던 대로 갈 테니 쉬세요.'

처럼 눈과 손발이 알아서 움직여준 것 같기도 하고, 또는 뇌의 의식과 습관이 분리되어 동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이런 경험을 한 후,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두 가지의 생각은 뇌과학 책을 보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었어서 한편으로는 내가 비정상은 아니구나 싶은 안도도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오랫동안 자주 운전한 차라면, 뇌가 손, 발과 같이 신체의 도구로써 자동차를 확장한 것이다.

 몇 년 운전한 차의 경우, '수족과 같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아..이 차도 당신 몸의 옵션사양으로 인정해 줄게요.' 정도 되겠다. 이런 경우는 실제 연주가들의 경우에도 뇌에서 악기를 그 사람의 신체일부인식하는 의식의 확장이 있다고 하며, 이런 연주가들이 악기를 잘 다룬다고도 한다.

영화 파가니니 중) 파가니니도 악기를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뇌의 의식과 행동의 지시라는 것이 분리되어 동작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뇌과학 책에서도 다루는 것 중 하나인데, 인간은 진화의 역사에서 뇌 깊이 각인된 본능적 요소를 지배하는 부분(뇌간, 소뇌)이 있고, 각 개인의 반복적인 경험에 따른 기억을 저장하고 행위를 지배하는 부분(변연계), 그리고 사고, 언어, 계획, 인식을 담당하는 부분(신피질)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위의 운전 사례에서는 운전은 변연계가 대신해주고, 뚱딴지같은 다른 생각은 신피질이 하고 있던 게 아닐까?하는 개인적 생각이다.  

뇌의 3중 구조

 

 개인적인 의견으로 첫 번째의 경우를 보자면, 뇌의 의식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보이는 반면, 두 번째의 경우는 의식과 행위의 분리라는 측면에서 다소 두렵다는 생각, 좀 조심스러운 요소로 보인다.


 한 사람의 오랜 생활습관이나, 경험 또는 갖고 있는 철학적 방식에 따라 신피질의 영역을 거치지 않고 뇌가 알아서 판단해 버려서 무의식에 가깝게 행동하거나 말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사례들을 보면, 어이없는 말들을 반복하는 경우나, 이상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앞서의 추론으로 그 사람들의 평소 생활습관이나 삶의 경험이 어떠했을까를 유추할 수도 있진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평소 생활을 잘해야 무의식의 뇌가 나를 지배해서, 이상한 행동이나 소리를 하는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것, 참 신기하게 동작하는 인간의 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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