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반복되는 논쟁 중 대표적인 것이 성선설, 성악설, 그리고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로 대표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일 것이다.
성선설, 성악설은 다들 아실테고, 조금 낯선 성무성악설만 추가 설명하자면, 성선설과 성악설이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 친구가 말하길 '자,자, 여러분 싸우지들 말고,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구요, 자라면서 둘 중 하나가 되는 거예요.'라고 하는 그런 것이 되겠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으나, 나는 셋 중에서 성악설에 한 표를 던진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보고자 한다.
전에 읽었던 뇌과학 책과 진화의 역사에 대한 것을 근거로 하는데, 생물을 구성하는 유전물질 중에서 RNA, DNA라는 것들이 있다. (맞다! RNA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나왔던 그 RNA다.)의학적/과학적인 지식은 나도 잘 모르니 자세한 설명은 접어두고, 아는 대로만 적자면 RNA는 DNA의 구성요소인데, 요 RNA라는 것의 목표는 오직 '생존'이다. 가장 근원적인 생명체 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반면 DNA는 해당 생명체 (여기에서는 인간이라고 하자) 본연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유전물질이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에는 RNA가 기본요소이며, 생존을 위한 근원적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되시겠다.
'생존'
생명체는 이것을 위해 살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라고하는 식욕, 수면욕, 성욕, 배설욕 등과 같은 본능들도 사실 알고 보면 모두 생존을 위한 것들이다. 그렇다! 우리는 RNA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존이라는 것이 악한 것인가? 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을 제외한 동/식물의 경우, 나는 생존을 위한 행위가 악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햄스터는 특정 상황이 되면 서로 잡아먹는 경우도 있는데, 인간의 관점에서 흉악한 모습이지, 사실 햄스터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그 특정환경에서 살기 위한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게 동물 또는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각자 진화한 방식에 맞춰 최적화된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
동물이나 식물은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어떤 행위도 선하다 또는 악하다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인간은 뇌의 진화를 통해 본능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경험을 통해 이성적 사고와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통념에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이타심도 이타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는 이기적인 행위로 본다. 예를 들어 강인한 육체를 갖지 못하거나, 매력을 가지지 못해 집단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개체는 이타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사회에서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는 관점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인간은 이성적 사고와 사회적 통념을 통해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통상적으로 이기심은 선보다는 악의 개념에 가깝게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이기적 유전자를 갖고 있는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낸 선악 개념하에서는 악한 존재로 태어났고, 다만 자라는 과정에서 경험과 학습에 의해 본인이 선한 행위를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선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얼마 전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영화를 봤다.
극한의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는데, 생존을 위한 행위를 한다고 하여, 그것이 잘못된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반대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선행은 과연 선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영화다.
내 생각으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선/악의 개념은 충분한 생존이 보장되는 여유에서 가능하며,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의 인간은 야생동물로의 회귀된 생명체일 뿐이다. 다만, 인간이라서 최대한 야생동물로의 회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과 시간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가능한 한 필요한 게 인간사회이고 말이다.
덧붙임. 누가 봐도 여유가 있는 환경에 있는데도, 그들의 생존을 위해 말도 안되는 무한의 이기심을 발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좀 무섭습니다. 이게 절대악인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