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팔일편
성인은 됐는데, 어른은 어떻게 되는지 몰랐던 시절,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논어>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책을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 한 글자 한 글자, 분석하고 들여다보는 읽기는 처음이기도 했고, 해석이라는 것이 여러 개여서 그중에 헤게모니를 잡은 해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다른 유교의 경전 중에서 <논어>가 가장 좋았던 이유는 이 책이 공자와 제자 간의 문답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음성지원이 되듯이, 다양한 상황에서 제자와 공자 간의 대화는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놀랍기도 했다.
<논어> <팔일> 편을 보면, 공자가 주공의 사당에 가서 생긴 일이 적혀 있다. 예를 대해 박식하기로 유명했던 공자가 주공의 사당에 가서는 일일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每事問) 난 후 행동하자, 사람들이 공자를 비웃으며 말했다. '누가 추인의 아들이 예를 안다고 했는가?'하고 비아냥 거렸고, 공자는 이 말을 듣고서는 '이것이 예이다(是禮也).'라고 말했다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예의 무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나의 지식이나 경험도 그 예가 행해지는 이유와 대상의 중요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구절을 떠오릴 때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됐을 때이다.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설정이 필요할 때, 나의 경험과 지식보다는 상대방이 말하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잘 모르겠는 것은 묻는다.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도 선임자라면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묻는다. 상대방이 답해 줄 의사가 있다면, 디테일하고 묻고, 의심스러우면 또 묻는다.
때로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를 무시하면 어떡하지? 내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또 이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를 보는 무심한 눈빛이 동정심이나, 한심함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추측을 막 하려는 찰나, 공자의 이 말씀이 나를 진정시킨다. '每事問, 是禮也.' 공자는 어렸을 때부터 제기祭器를 가지고 놀았던 사람인데, 그분도 주공의 사당에서는 예에 어긋남이 없기 위해 자신을 낮췄는데, 내가 굳이 그렇게 아는 척, 있는 척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아는 척, 있는 척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작게 되뇐다. '每事問, 是禮也.' 그러면 마음이 다시금 고요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미지 :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