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
사마천(司馬遷, 기원전 145 - 86)은 <사기>, <백이숙제열전>을 쓰면서, 백이, 숙제와 같은 선하고 의로운 인물들이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마침내 굶어 죽은 것을 보고서는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고 언제나 선한 사람 편이라고 한다.天道無親 常與善人’라고 했는데 진정 이것이 하늘의 뜻인가라고 하며 깊은 절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백이숙제열전>에서 피를 토하는 듯,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토로하는 사마천의 절망은 수천 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사는 세계는 과연 어떤 곳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다.
처음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는 특별히 느끼는 바가 없었다. 그래 사마천은 억울했지, 자신처럼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런 의로운 이들에게 왜 하늘의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가라고 감정이입을 심하게 했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달라지지 않네?라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마천의 한탄과는 별개로 ‘天道無親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다.’ 혹은 ‘天無親 하늘은 친한 사람이 없다.‘ 이 문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나에게 말하는 거 같았다.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우리 각각에게 주어진 삶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이 말은 나의 삶이나, 결정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 주었다. 때때로 하늘처럼 나를 무친無親하게 바라보면서,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놓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천둥번개가 치며 밤잠을 설치게 만들다 가도 아침에는 말끔히 개어 있는 하늘을 보면서, 스산한 바람과 한낮에도 드리운 어둠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하늘은 사사로움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 낮과 밤을 채워 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며,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그밖에는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 냉엄함과 비정함을, 그 무고無故함을 나는 마음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