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안의 아들인 그는 법과 대학수석으로 들어갔다.
잘하던 공부는 안 했는지 못 했는지 알 수 없다.
남자의 왕성한 에너지를 이십 대 초에 여자 친구 만나고 대학 결강하면서 그 시간에 그 여자 친구가 재학하는 교육 대학교까지 자신의 시간을 적선하여 자가용으로 등하교시키는 기사 노릇을 자처했다.
그리고 학과 모임 때마다 차 끌고 가서 술 취한 선배들 동기들 집까지 안전하게 태워주는 등 남에게 선심 많이 쓰며 젊은 시절을 보시했다.
갑자기 법과로 수석하여 들어간 대학 학과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사 년 장학금을 포기하고 고시에 빨리 패스한다고 행정과로 전환하였다.
그러고는 다시 원위치로 고시는 사시를 겨냥해서 공부한다고 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선택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하여 가족들은 눈치를 살펴야 했다.
그러는 그에게 부모는 고시만 합격되면 현대의 최상급 자동차(그 당시 시가 4300 만)를 제공하겠다고 하여 그를 격려했다.
그런데 그 해 맏이인 딸은 교직 임용시험에 합격해도 아무 것도 없었고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게다가 "아들 공부할 기운을 딸이 뺏어 간다.'고 딸에겐 "공부하지 말라." 고까지 했다.
그러는 사이 그 아들은 대학을 도중에 휴학하였다. 휴학의 이유는 고시에 집중하기 위해서 조용한 산사에서 공부하겠다고 하여 그 아들은 바리바리 짐을 쌌다. 그 당시 아주 열악한 경북 상주의 이름 없는 절로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맏이가 자가용으로 그곳까지 고이 모셔다 드리고 왔다.
가족 모두는 그 선언이 반갑고 기특해 하였다. 왜냐 하면 그 아들의 방황이 종식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들은 달포도 채 안 되어 그곳 생활의 불편함을 열거하며 다시 귀환했고, "집에서는 공부 안 된다." 면서 도시에서의 공부의 유리한 점들을 거론하며 신림동 고시촌으로 입주 했다.
그 후, 공부를 했는지 아니면 공부는 하나의 치장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다달이 그에게로 그의 아버지 월급의 대부분이 송금되고 그는 카드 써가며 여유 있게 공부다운 공부를 했다.
그 아들의 부모도 언젠가 아들이 금의환향할 부푼 꿈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딸들에게는 인색하게 하며 오로지 그 아들에게 올인했다.
그러다가 공부에 지치고 타향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여자가 접근해 와서 쉽게 사귀었다고 한다.
공부 뒷바라지 비용을 데이트 비용으로 소모하며 해외여행이다 뭐다 여자 친구가 요구하는 명품백 사다 주며 부모 눈에서 멀어서 마음껏 즐기는 동안 아버지의 돈은 구실 붙여 다 빼어 갔고 아내 몰래 지원하던 돈이 바닥난 아버지는 맏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아내는 씨알도 안 먹히니.....'
어느 날 그 아들은 집으로 서울 여자를 데려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아들을 두고 아버지는 매우 노여워하셨지만 맏이의 설득 끝에 시내 유명 일식집에서 첫 만남을 했다.
행여나 가정을 꾸리면 책임감 있어 열심히 할 것 아니냐 는 실오라기 같은 기대를 갖고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의 아들은 얼굴이 무표정이고 과묵했다. 그녀의 얼굴은 곱상하게 생겼다. 처음의 대면 장소인 방에 맨발로 들어와 웃으면서 붙임성 좋게 아버지라 호칭했다. 접시에 놓인 회를 야채에 싸서 아버지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아버지는 당황한 듯하다가 그녀가 미안해할까 봐 받아 드셨다.
다음은 그 아들에게도 그러니 그녀의 행동에 두 남자는 정신이 나가 버린 듯했다.
'집에 딸이 많아도 애교 있는 딸이 없어서 그랬을까?' 부드러운 서울말 억양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게
진정성이 없는데 여자들이 보는 것과 남자들은 보는 것이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여고생을 오랜 시간 봐 온 맏이는 금방 알 수 있었는데ᆢᆢᆢ 이들의 만남을 극구 반대하던 아버지도 백기를 들고 심지어 맏이가 준 용돈을 그들의 귀가 항공비로 대주었단 뒷 이야기를 했다.
그 아들이 데리고 온 그 여자에게 " 부모 모셔야 한다고 시험 삼아 물어본 말에 그녀는 못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전공을 물어 보았다. 맏이의 질문에 "철학을 전공 했다."라고 그녀는 대답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물으니 답변을 더듬으며 얼버무렸다. 그녀는 철학 전공자 같지 않았다. 맏이 생각에는 대학 졸업이 거짓인 듯했다.
그녀는 오직 그들이 사는 아파트 평수에 관심이 있었고 평수 넓은 것에 놀라며 자가냐 월세냐 묻는 얘기는 사뭇 씁쓸하기까지 했다. 뒤에 안 사실은 그녀는 그 아들이 지방의 부자 남자인 줄 알고 다가 온 꽃뱀이었다.
그 아들은 연애 파탄 후 고시는 물 건너가고 백수로 산 삼십 년 세월! 그도 이제 쉰다섯!
캥거루족이 되어 부모 그늘 밑에 무위도식한 숱한 시간들.
취직을 안 하고 놀면서도 동기들과 후배들 멘토를 해 주곤 하였다. 그 아들은 그의 친구 어머니들로부터는 칭송이 자자하다.
지금 그의 어머니는 그 아들에 대한 연민으로 세상을 살고 있고 집안의 모든 것은 오직 아들 위주로만 움직이니 이제 딸들이 화가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