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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Apr 15. 2024

물건 놓고 내리다

딸이 선물한 블루스톤 찜질방에 가기 위해

명동롯데서 구입한 나이키 운동복의 사이즈가

오류라서  교환도 할겸 752번 버스를 탔다.


난 최근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지하철보다 환한 버스가 좋아서  버스를 주로 타는 편이다.


나이가 들어서이기도 하고  처음 곳이기도 하여

내리는 곳에 신경을 쓰다가  상품이 들어있는 롯데백화점 종이가방을  버스 좌석에  두고 내렸다.


땅에 발이 닫는 순간,  아차! 물건을  두고 내렸음을 알았다.

나도 다른이들처럼 물건을 두고 내린 사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늙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제 부인할수 없는 현상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순간 여러 생각과 씁쓸함이 스치었다.


'문제해결을 먼저 해야지.'


택시를 잡아 려 했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다음 7 분후 752번  버스가 와서 탔다.

버스 기사님께 자초지종을 말하고, 앞 배차 기사님께 연락이 되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친절하신 기사님은  중에는 전화를  하신다고

한다. 전화하면 승객들이 민원을 넣어 골치가 아프다면서도 사정을 듣고 버스 회사 본부로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버스 회차 지점 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숭실대학 정문역에서 기다리면 버스가  올 것이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기사의 말을 믿고 그 버스를 타고 30 여분을  지나갔다.

버스 기사님은  다시  앞차 버스 기사님과 통화하더니

" 롯데 종이 가방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누군가 갖고 내리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기우였음을 알았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한 것에 대한 반성까지 하였다.


 그 기사님 말대로 숭실대학 정문 앞에서 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을 마친 숭실대 학생들이 삼삼오오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거리에 서 있는 내가 어색하게 이방인처럼 느껴지고 시간의 흐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들의 시선을 피해  올려다본  하늘은 눈부시게 빛났다.


15분 후쯤 지날 무렵 4588 번호를 단 버스가 오고 있었다. 비로소 버스 문이 열리고 내 인상착의를 본  기사님이 종이 가방을 내미는 것이다.

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 버스를  다시 타고  목적지로 향하면서 생각한다.


30년 넘게 자가용 운전한 습관이 낳은 고질병인가?

차안에 물건 두면 키만 갖고 주차장에 가서 갖고 오고 하던 것이 깊숙히 베인데다가  대중교통에 익숙지 못한 것이 조합되어 일어난  실수인가?


세상을 처음 배우는 아이마냥 모든 게 낯설고 실수 투성이다. 운전 신호에 익숙하고  보행 신호가 불편하다. 그동안의 편안함이  지금 불편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잘한 일이다. 운전하면서 스치고 지나갔던

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일일이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순간의 실수로 거리에서 2시간 이상이 휘발되었지만

물건이 내 품으로 돌아온 것에 감사 한다. 그리고 남의 물건을 가져 가지 않는 우리 시민 의식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우리 사회는 따뜻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두 분 기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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