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송파구에 갔다.
풍납토성을 보고
흐른 세월의 자락을 붙잡는다.
오래된 상흔을 머금은
구축아파트 앞마당은
숱한 사람들의 농축된
질긴 삶을 토하고 있다.
삶의 다채로운 결들이
반세기의 물의 향기
빛바랜 발밑의 닳은
제멋대로 박석과
제살을 도려낸 콘크리트가
중압감을 지탱한다.
무언의 몸짓으로
시원부터 흘러온
물의 시간을 드러내며
센트럴의 휘황으로 치장하여
주위를 기죽이는 공작새처럼
슬며시 갖다 대는 시크릿카드의
촉감만으로 스르르 열리는 문.
열려라 참깨처럼
눈동자로 손가락으로
첨단을 통과 의례하며
너와 나를 변별한다.
얄밉다.
세련된 도도함에
숨은 편리함에
주눅이 들어서이다.
갈등해야 한다.
자본의 사다리로 고층으로 무리 지어
하늘 향해 뻗어 오르는 오만을
이웃해야 하는지
구축의 녹슨 쇠창살은
스쳐간 번영을 위안하며
촌아낙네 치맛자락으로
경비원 초소는 굳게 닫혀 있다.
하지만 너 역시
재건축의 화려한
등장을 꿈꾸며
또 다른 변신을 욕망하겠지.
배시계 소리가 난다.
오랜만에 추억의 맛을 더듬어보러
들어간 중국집
인근 쟁반짜장의 맛은
어릴 적 성긴 기념일에 먹던 오래된 맛을 낳는다.
짜장의 면발은 오랜만에 반가웠다.
입으로 짜장면의 쫄깃함보다
귓전으로 흘러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도돌이되어 울린다.
십 년 전 여유 자금으로
압구정 현대를 샀던 친구는
125억의 시세라는 자랑질속에
곧 250억 능가할 것이란
숫자놀음을 예언하며
눈동자 반짝이며 들떤 고음의 목소리가.
그녀 앞에는
그녀를 가르치는 선생도
작은 도시의 30년 구축의
2억 살이하는 촌로일 뿐이고
나역시 그럴테지.
수십 년 넘게 청렴히 성실히 사명감이란
관념에 싸여 살아온 생활은
무능력하고 현실감 없는
초라한 사람으로 판정 나는거지
자본이 주인인 시대에는.
꺾일 줄 모르는 숫자 놀음 앞에
무능력하게 눈처럼 녹아버리는
마음이 시리다.
결코
단 한 번도 사지 않은
로또를 일만 원어치 샀다.
모녀가 사서 나오며
약속한 듯 피식 웃는다.
자식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소시민일 수밖에 없는
하루가 무겁다.
쓴 커피 한잔 사지 않으면서
돈자랑질한 친구도 서운해진다.
로또에게 꿈을
어이없이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