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르 사르르 살랑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은
그대가 생각납니다.
사뿐히
끊임없이 내리는 빗속에
제 가슴을 소리 없이 적시는
그대의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젠 해묵은 앨범을 들쳤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그곳엔
지금과는 다른 눈 익은 사람
한 사람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필로 써 내려간
언젠지 알 수 없지만
한수십 년쯤 된
빛바랜 연하장에
누런 꽃이 피어나
정성껏 쓰인
사연들이
살아나
저를
아,
저는
놀라고
언제부턴가
분명하진 않지만
그대의 부드러운 실에
조심스레 야무지게 묶여
어떤 관념과 감정으로부터도
전혀 벗어날 수도 헤어날 수 없는
어느덧 자유를 잃어버린 존재가 됩니다.
당신에게 자유를
빼앗긴 즐거움이
봄빛에 피어난
아지랑이 같은 줄 몰랐습니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존재할 만리 밖 내일의 삶도
영원히 그대 함께 할
욕심을 잉태한 기도를 감히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