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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Apr 03. 2024

그리움의 탑

어느 하루는

짙은 황혼 빛의

도나우 강변에서

사랑을 맹세하면 이루어진다는

세계적인 속설의 예언을

전설처럼 믿고 있었습니다.


어느 하루는

찬란한 햇살을 향해

은빛 물살을 토해내는

트레비 분수 마당에서도

피어오르는 물거품을 향해

그대를 묻고 저도  묻었습니다.



어느 하루는

물에 빠져

정화를 거듭하는

세계의 동전들의  

거대한 향연에 귀 기울였습니다.


어느 하루는

마치 사랑의 꿈을

잉태한 채

다시 태어날 날을 숨죽이며

기다리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 하루하루가

삶의 탑이 된 지금


그대 언제 만날까요?

어디서 만날까요?



몇 세기가 흐른 것 같기도 하고

방금 잡은 손 놓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인 것 같기도 하고

정녕 알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월은

그대를 결코 만난 적이 없는

어지럽고도 따뜻한 시간입니다.


부럽지 않은

어쩔 수 없는 나이테를 두르고도

마냥 심연의 바다를 헤매며

저물기 전에

끝없는 대지를 지나야 하는

집시의 희원처럼,


그대와 같이할 그날은

하늘을 나는 풍선처럼

속살을 드러낸 석류처럼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오랜 비밀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삶의 종말이 올 

끄트머리에서조차도

모르고 지나쳐 놓아 버렸을,

무심코 스쳐 사라져 버렸을,

아름다운 무지개 일곱 빛깔 속에서 

그대의 모습을 이제 찾았습니다.


아름다운 무지개의 빛깔은

일곱 색이 인접하다는 현명함과

무지개 비단의 부드러움으로

하나 된 그리움의 탑을 쌓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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