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언제 만났는지
아련 합니다.
무명 적삼 다려 입고
멧돌 방아 쉬엄쉬엄 장난삼아 돌리던
웃음 꽃 묻어나던 어느 시절이었을까요?
서책 끼고 규장각을 돌아 나오는
담담한 그대의 홍안을 훔쳐 보던
봄 저녁 해질 무렵의 어느 시간이었을까요?
목적지 없이 표류하듯
한 조각배가 쉬어가던
가을 저물녘의
짙초록 바위 곁의 갈대밭이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낯선 동유럽의 소도시들을 달리며
심한 이방인이 되어 휘청댈 때도
춤추듯 호기심 안고
동행하는 꿈을 꾸었음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알 수도 없이
기다린 만큼 더 기다려야 할
기약없는 때를
그저
꿈꾸며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