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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Feb 16. 2024

역사를 걷고 문학을 줍다

아름다운 우리 이야기 2

  고승이란 학문이 높고 수양이 깊으며 득도하여 도가 깊은 승려를 지칭하며, 인물의 성격이나 행적이 찬양받을 만하여 사회적으로 추앙받는 승려를 이른다. 고승형이란 이러한 승려에 대한 이야기로 <한국ㆍ비문학 대계>에 드러난 설화를 바탕으로 직접 조사한 것이다.

  여기에는  사명당 설화가 35편, 무학대사 설화 17편, 서산대사 설화 7편, 서산과 사명대사가 같이 나오는 설화 6편, 진목대사설화 7편, 나옹화상 설화 5편, 원효대사 설화 7편, 의상대사 설화 3편, 범일국사 2편, 기타 대사 2편 등 총 96편의 이야기가 실려 전하고 있다.


고승형의 유형 중 대표적인 설화가 <원효대사와 천성산> 이야기인데, 서사 단락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장안사 척판암의 암자에 원효가 수도하면서 하늘의 별을 보고 점을 쳐보니 중국 오대산 밑의 큰절 법당에 중 천 명이 대법회를 보는데 뒷산이 매몰될 지경이 보였다.


② 위급한 광경을 본 원효가 암자의 부엌문을 떼어 '해동사미원효 천승구제'라고 적어 중국 상공으로 던졌다.


③ 판자는 순식간에 공중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오대산을 향해 상공을 날아갔다.


④ 법당의 한 스님이 그 이상한 소리를 듣고 법회를 걷어치우고 나왔다. 이어서 천  명의 중들이 뒤따라 나오자마자 법당이 천둥소리를 내며 매몰되었다.


⑤ 판자의 글을 보고 위대한 스님은 신라국에 있다고 깨우치고 천 명을 구해준 은인인 원효를 찾아 계와 교훈을 받기 위해 신라국에 왔다.


위의 서사에는 주요 인물인 원효가 하늘의 별을 보고 점을 쳐서 중국 오대산 밑의 절이 매몰될 것을 예견하였다.  그래서 부엌의 문을 떼어 상공으로 날리는 신이한 능력을 발휘하여 매몰 직전에 있는 중국 승려 천 명의 구제하는 원효의 신통력이 강조된 이야기인 동시에 원효와 같은 고승이 얼마나 인명 중시하는지를 예증한 좋은 설화라할 수 있다.


 한편, 하늘의 별을 보고 사태를 짐작하는 예견력은 그의 신이한 능력을 말하는 동시에 천문에 통달한 승려임을 알려 주는 것이다.

 마지막 단락 ⑤에서 중국 승려를 구제하자, 중국의 승려가 대거 위대한 스승 원효를 찾아 신라로 온다는 것은 원효의 위대성과 함께 당시  막강한 중국에 대한 신라의 자존심과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운  설화적 표현임을 간과할 수 없다.


 원효는 신라 불교의 대중화를 이룩한 승려로 누구나 아미타불만 염송 하면 서방 정토에 갈 수 있다고 설파하였으며, 자신을 스스로 소성거사라 칭하며 방방곡곡의 저자를 돌면서 무애무를 추었던 자유로운 승려였다.


 또한 이와 유사한 이야기로 서사대산의 위대성을 증거 하는 작품도 <대계><서산대사 이야기>에 보인다.


 ① 서산이 인형을 손바닥에 놓고 때렸더니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②인형이 절 부근에 가서 소리를 하는데 이 소리에 놀라 중들이 나오자마자 절이 붕괴되었다.


이처럼, 승려들의 목숨을 구한 서산대사의 이야기 또한 원효대사의 이야기와 동일한 유형임이 드러난다.


이 설화의 시사점은 위대한 승려는 인명을 얼마나 중시하는 것을 증거 하는 대표적 설화라 할 수 있다.


  공간이 다른 곳에서 발생할 일을 예견하고 방법을 강구하여 위험 직전의 생명을 구한 스토리이다. 인물의 신통력이 강조되기는 하나 국경을 초월하여 인류애를 실천한 것은 인명 중시를 예증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 구원을 넘어 천 명의 승려가 주인공을 만나러 왔다는 점에서는 집단적 구원을 실천한 민족적 자존심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빛바랜 이야기로만 잠재우기에는 못내 아쉬운 아름다운 우리 옛이야기이다. 옛이야기 속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의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조직이나 국가의 리더는 인명(사람)을 중시해야 함이 당연함을 알려주는 보석 같은 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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