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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Nov 20. 2021

누워서 사진으로 담근 김장

세상에서 가장 맛있을 김장 김치

김장하는 날이다.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나는 올해 김장에서 제외되었다. 이른 아침, 남편과 아이들은 김장을 하기 위해 시댁으로 떠났다. 차가 많이 밀려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도착을 한 모양이다. 어머님이 해주신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감탄하는 큰아이의 문자가 사랑스럽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여러 가지 음식들을 준비하셨을 어머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금 이 순간 어머님 음식이 그리워진다.


큰아이가 이제 김장 시작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남편이 도착하면 무채 썰기를 시키시겠다더니 아마도 어머님이 미리 준비를 다 해 놓으신 모양이다. 어머님만의 비법이 들어간 김칫소가 보인다.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고 정성껏 준비하셨을 어머님. 다음 사진엔 작은 아이가 절여진 배추에 김칫소를 넣고 있다. 표정이 진지하다. 아마도 허옇게 버무려놓아서 어머님이 한 번 더 손을 보셨을 것이다. 옆에 남편의 모습도 보인다. 몇 년 해봤다고 김장하는 자세가 이제 제법 자연스럽다.


아이는 실시간으로 김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해왔다. 다음은 먹음직스러운 굴 사진이다. 통통한 굴이 윤기를 뽐내고 있다. 먹고 싶다는 말에 아이는 대신 먹어봤단다. 굴을 듬뿍 넣은 김장김치를 가져갈 테니 내일까지만 참으라고 한다. 아이의 마음이 예쁘다. 작년 김장 때는 굴이 이상하다며 못 먹겠다더니 그새 컸나 보다. 김장에 수육이 빠질 순 없지. 다음은 수육 사진이다. 사진에서 수육 맛이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가서 먹고 싶다.



"허리는 좀 어떠니? 봄이, 별이가 김장을 다 해줘서 아주 편하게 담갔어."


늦은 오후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김장하시느라 어머님도 힘드셨을 텐데 내 걱정을 먼저 해주신다. 혼자 있어도 잘 챙겨 먹고 푹 쉬라는 말씀을 해주시는 어머님. 늘 투덜대고 불만을 늘어놓는 철없는 내게 어머님은 언제나 과분한 사랑을 주신다.


어머님의 정성, 남편과 아이들의 사랑이 듬뿍 들어간 김장이 끝났다. 가족들의 배려 덕분에 나는 누워서 사진으로 김장을 했다. 김치통 가득 차곡차곡 줄 맞춰 담겨있는 김장김치 사진을 보고 있자니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올해 김장 김치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맛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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