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막히는 봄날, 기차로 벚꽃여행
아침부터 귀가 솔깃해졌다.
“딱 하루만 탈 수 있는 기차가 있다는데… 벚꽃 가득한 충북 제천을 간다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 펼쳐진 건 도로 위 빼곡한 차량 행렬이 아니라, 느릿느릿 봄 풍경을 따라가는 기차 창밖이었다. 피곤하게 운전할 필요도 없고, 음악만큼 감성 넘치는 차창 너머 풍경이 쉴 새 없이 펼쳐질 테니까.

제천으로 가는 단 하루, 특별한 기차
4월 15일, 단 하루뿐이다.
한국철도 부산경남본부가 준비한 ‘제천 봄마실’ 기차는 이름부터 봄냄새가 물씬하다.
부산 부전역에서 시작해 센텀, 신해운대, 기장, 태화강, 울산 등지를 거쳐 충북 제천까지 데려다준다.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봄을 실은 사람들이 하나둘 올라탈 것이다. 그 장면만 상상해도 왠지 낭만적이다.
게다가 단순한 ‘열차 여행’이 아니다.
이번 행사는 인구감소지역인 제천을 살리기 위한 관광 프로젝트로, 기차 운임이 50% 할인되는 혜택까지 포함돼 있다.
왕복 열차비에 버스, 입장권, 식사, 가이드까지 전부 포함해도 9만 9천 원. 하루 종일 제대로 놀 수 있는 가격치고는 꽤 착하다.
청풍호부터 의림지까지, 숨은 명소 총출동
도착 후 여행 코스도 꽤 알차다.
우선 첫 코스는 청풍문화재단지, 고즈넉한 한옥들이 줄지어 선 이곳은 제천의 시간 여행지 같은 느낌이 든다.
이어서 청풍호 유람선에 올라 풍광 가득한 호수를 감상하고, 마지막으로는 고대 수리시설 중 하나인 의림지까지 들를 예정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 하루는, 봄날의 가장 찬란한 장면들만 골라 붙인 수채화 같은 일정이 될지도 모른다.
기차 안에서도 놓칠 수 없는 제천의 맛
기차 안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제천 명물인 ‘빨간 어묵’, ‘청풍명과’를 맛볼 수 있는 미니 셀프바가 운영되고, 지역 관광지에 대한 안내방송, 포토존, 퀴즈 이벤트까지.
이쯤 되면 열차 자체가 하나의 작은 축제장 같다. 봄꽃처럼 짧지만 알차고, 바쁜 도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완벽한 이동식 여행공간이다.
벚꽃은 금방 진다. 그리고 도로는 늘 막힌다.
하지만 봄은 아직 남아 있다.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이 계절, 하루쯤은 잠시 운전대를 내려놓고 기차에 몸을 실어보면 어떨까.
‘딱 하루뿐’이라는 제한이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평소엔 아무 의미 없이 스쳐 가는 하루가, 이색열차 위에서 기억에 남는 봄날로 바뀔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