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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남책 Oct 16. 2024

24장. 허지광 vs 서형사.

구원자.

24장. 허지광 vs 서형사          



지광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해지시는 내려졌다.

김 의원의 손짓에 지하실에 대기하던 덩치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작은 가방을 내려놓더니 그 안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 내가 너 하나 보내는데 바닥에 비닐이라도 깔 줄 알았냐? 넌 그냥 이 주사 한 방이면 되는 거야. 내일쯤 이태원의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술집에서 마약에 쩔은 채로 발견될 테니 그렇게 알어. 크크크 ”


김 의원의 말이 끝나자 솥뚜껑 같은 손을 가진 덩치가 가까이 와서 주사기를 들이밀었다.


“자 이제 나머지 얘기들은 하늘나라 가서 나누시고 편히 쉬셔. 우리는 큰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이해 좀 해주시고. 나중에 내가 샤워할 때 서늘한 느낌 들게 하지 마라. ”


걸걸한 목소리로 덩치가 지껄였는데 사람을 죽이는 상황에서도 귀신은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광은 그 말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고 어떻게든 살아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때 지광은 어느 정도 체념을 하면서도 심장은 왠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이 순간에도 집에 있는 가족들이 아니라 김 사장의 매장 금고에 있는 현금다발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자신을 죽도록 책망하고 있었다.


사실 지광은 그 돈이 너무 아까웠다. 현재 세무조사를 받는 중이지만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그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사모에게 매장 운영도 위임받았으니 모든 것이 자신에게 유리했는데 하필 지금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된 것이었다.


‘제발, 누가 도와줘. 나도 세상을 바르게 살진 않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진 않아. 제발, 지금은 아니야.’      


삐용 삐용~

그때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리고 지하공간에 있던 모두가 그 소리를 향해 몸을 틀었다. 몇몇 경호원들은 부리나케 지하에서 위층으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보안 CCTV를 확인했다. 그런데 경찰로 보이는 남자들이 태연하게 비밀번호를 누르며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저 인간들 뭐야?”

경호팀장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못 했지만, 이내 그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이, 서 형사님. 이게 무슨 일이세요? 갑자기 문을 따고 들어오시고…. 오늘은 경호 요청을 한 적도 없는데? ”


경호팀장이 서 형사에게 친한척하며 말을 건넸다. 서 형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을 생략하고 집의 구석구석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좀 전에 잡혀간 그 남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집안을 두리번거리는 서 형사에 대해 경호팀장의 무력 저지가 이어졌다


“왜 이래요. 서 형사님?”

경호팀장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지만 그 말은 서 형사의 귓등을 스쳐 갔다.


그 당시 서 형사는 납치된 사람의 증거를 찾느라 온 정신을 집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사실 이 큰 저택에서 사람 하나 정도 제대로 숨기면 찾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집에 쳐들어온 상황을 무마하려면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급한 일은 저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집에 쳐들어온 이유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라고 서 형사는 생각했다.

           

“ 서 형사, 지금 장난이 너무 심한데? 혹시 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장도 없이 국회의원의 집을 이렇게 쳐들어올 수 있나? ” 보다 못한 김 의원의 보좌관이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얼굴표정으로 보아 매우 불쾌한 감정이 드러나 있었는데 서 형사가 보기엔 그 또한 나쁜 짓 하다 걸린 놈의 표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 형사의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김 형사는 방금 보좌관의 말을 듣고 불리한 자신들의 상황을 인지했는지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조금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형님, 일단 나가시죠? ”


서 형사의 어깨를 붙잡고 김 형사가 집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서 형사는 김 형사의 손을 뿌리치려고 몸을 틀었는데 아까는 보지 못했던 흔적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물기가 있었고 어디론가 길게 이어지는 자국이었다. 이게 무슨 물이지?


순간 전기충격으로 인해 피해자가 소변을 지렸다는 것을 떠올리며 바닥에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끌려가는 피해자의 모습을 상상했다. 예상대로였다.

서 형사가 바닥의 물기 자국을 따라 한 걸음씩 이동하자 누군가가 질질 끌려가며 발생했을 법한 자국이 가늘게 이어져 있었고 그 자국은 한 사람의 흔적으로 보였다.

여기까지 확인한 서 형사는 아무도 대응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권총을 꺼내 경호팀장과 나머지 경호원들에게 돌아가며 겨누었다.


“ 지금부터 아무도 움직이지 마. ”


그리고는 물기 자국을 따라 조금씩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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