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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출근한 경력단절 아줌마는 내 눈을 찌르고싶다

by 아크하드

12년 만에 첫 출근 일!!

8시 45분,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 문을 열었다.

분명 문 열리는 소리가 났을 텐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

면접관 차장님 자리부터 눈으로 따라갔지만 자리는 공석.

다른 직원은 없나 훑어보니 파티션 뒤로 머리꽁지 둘이 보인다~~

두더지 잡기 게임에서 얄밉게도 끝까지 머리를 안 내미는 두더지처럼 면접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니..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큰소리로 인기척을 냈다.


"오늘부터 출근하기로 한 사람입니다!!"

아줌마가 되니 좋은 점이라면 남의 시선 크게 신경 안 쓰고 막 들이댄다는 점!

쩌렁쩌렁한 큰 잡음에 드디어 머리꽁지 둘이 움직이기 시작!!

의문의 여직원 둘이 민낯을 들어내는데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전엔 정수리만 보여 긴 머리로 보건대 여직원 두 명이 사무실에 계시구 나하고 단순하게 성별만 파악했다.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서 실체를 보여주는데 생각지도 못한 거구에 놀라고 만 것이다.

절대 비만 여성분을 비하하는 건 아닌데

(나도 애 둘 낳은 후 정상체중과 과체중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중년여자)

거구이신 여직원이 한분도 아니고 두 분씩이나 쌍둥이처럼 동시에 일어나시는데

눈대중으로 대충 봐도 한분은 120kg은 넘어 보이고 또 다른 한분도 80kg이 넘어 보였다.


면접 날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1번, 나오면서 1번씩 두 번 인사했는데

끝끝내 아무런 미동조차 없으셔서 허공에 인사한 듯 뻘쭘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런 이유였던가?!

베일에 싸였던 두 여인들의 몸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는데

놀란 표정을 안 보이려고 얼마나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는지 손에서 땀이 날 정도였다.


"차장님이 안 계신데 여기 앉아서 잠시 기다리세요"

80kg 여직원분이 대응해 주시는데 눈을 어디에 두고 말씀하시는 건지~~

엉뚱한 곳을 대고 내게 말해주는 바람에 공석인 자리를 내가 찾아내서 앉은 꼴이 돼 버렸다.

(이때부터 기분이 좀 싸함~~)

그리곤 또 정적!! 그 정적이 20분이 흘러가는데 순간 여긴 사무실이 아니고 독서실인가

이제 나도 전공서적을 꺼내 공부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

(차장님 빨리 와주세요~~)

속으로 기도하고 있는데 마침내 핸드폰으로 차장님 전화가 왔다.

"오늘 오전 중에는 세미나가 안 끝날 것 같아 이사님께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이사님 오시면 지시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동안 컴퓨터 켜고 회계프로그램 위**를 좀 숙지하고 계세요."

"네. 차장님"


전에 선임자리 컴퓨터를 켜서 회계프로그램 찾는데 까진 성공!!

10년 전만 해도 더*프로그램을 썼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젠 위**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단다

근데 위** 이놈의 프로그램 전표입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혼자서 낑낑대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30대로 보이는 미소년스타일 남성분 등장!


네이비 폴로티셔츠에 검정 무지 바지!

내가 좋아하는 귀 위 3cm 숏커트에

집에서 맨날 배불뚝이 푸바오 체형인 푸신랑만 보다가

깔끔한 차림새에 키는 작지만 슬림한 몸매를 보는 순간 개안(?)을 느꼈다.

어머!! 차장님은 이런 미남이 다닌다고 왜 말을 안 했어?

이 분도 영업부 직원인가 했는데 갑자기 나에게

"오늘부터 출근하시기로 하신 분이죠?"

(목소리가 감기 기운이 있으신지 허스키함. 생각보다 나이가 있으신가?)

"네!!"

"잠깐 회의실에서 얘기 좀 할까요?"

(엥? 영업부 팀장인가? 왜 나를 보자 하지? )

묵묵히 미소년이 이끄는 대로 회의실에 따라 들어 감

둘 다 책상을 두고 마주 앉았는데 바로 2차 총격이 날아왔다. (1차 총격은 두 명의 여직원)

세상에나~ 앉으니 평평했던 바디에 입체감이 보이더니 가슴이 있다!!

헐~ 얼굴만 봤을 땐 미소년인 줄 알았는데 미소녀였다니

"여기 회사 이사예요!! 성함이?"

헉!! 거기다 이사였어!!

가까이 보니 나이가 좀 보이긴 했는데 아직도 그 핸썸한 첫인상이 각인돼서 자꾸 착시까지 느껴지는데~

"***입니다."

"저희 회사는 블라블라블라~ 연매출 20억 블라블라~ 이래 보여도 꽤 건실한 회사니 블라블라~~"

(그의 아니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녀의 가슴만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는데..)

목소리나 포스가 개 강렬한 게 성공한 여성 CEO인가 보다 하고 흡사 성추행(?) 같은 눈빛은 거두고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됨!


다시 자리에 돌아와 위**를 프로그램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다 결국 전표입력하길 포기하고

컴퓨터 속 파일철에서 얻어걸린 인수인계문서를 독해!!

순간 난독증에 걸려 읽었던 거 또 읽고 또 읽어봐도 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음~

그 와중에 더 집중할 수 없었던 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독서실 같았던 사무실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리는

미소년 이사님의 강렬한 포스 때문!!

(두 명의 여직원은 콜센터팀이었다. 이럴 땐 이렇게 전화로 응대해야 한다는 등 영업 채찍질을 가하는데)

아! 여자지만 저런 배포가 있으셔서 성공하실 수 있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에게 고개를 훽 돌리고

환하게 웃으시며(이건 마치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듯한 공포영화)

"놀라셨죠? 화난 게 아니고 여기 분위기가 원래 이래요. **씨에게 한 건 아니니깐 너무 놀라지 마시고~~"

"아.. 네~"(이미 쫄음)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들어 오는 구릿빛 피부!!

앗! 눈부셔! 키 180cm은 돼 보이는 역삼각형 흡사 헬스 트레이너 같은 분의 등장!

이 분은 또 뭐지? 그도 그럴 것이 사무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깍두기 스포츠머리에 흰 나시&반바지와 스포츠양말, 운동화 차림새!

그리고 많이 성질이 난 승모근과 팔뚝 근육!!(어머나~ 미소년 이사님과는 반대되는 상남자 스타일)

이 건물에 헬스장이 있었나 생각하는 순간

"어떻게 오셨어요?" 말할뻔한 입을 틀어막고 다시 "안녕하세요"

(일단 모를 땐 무조건 안녕하세요가 맞지!!)

인사하니 고개 인사로 대꾸해 주시고 대뜸 전 직원에게 아이스커피를 안겨 주신다.

정말 헬스트레이너신가? 홍보하러 오셨나? 했는데 보이쉬 이사님의 경직된 인사

"오셨어요? 사장님~"

(엥? 사장님이라고? 아!!! 보이쉬는 이사님, 헬스트레이너는 사장님이었어?)

다행이다~ "어떻게 오셨어요? "했으면 난 사형감이었어.


"여기 회의실에 왜 정리를 안 하셨나요?"

"아~ 죄송합니다. 사장님"

"잠깐 따라 들어오시죠"

바로 이사실로 들어 가시는 보이쉬 이사님!! (아~출근하자마자 업무지시인가? )

보이쉬 이사랑 헬스트레이너 사장님 친분이 두터워서 영업일 포함 회사 일은 이사에게 다 일임한

돈 많고 헬스만 다니시는 사장님인가 보다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판결!

속닥속닥 사장님실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샌가 나오셔서 갑자기 내 자리를 만들어주신다며 책상을 번쩍 옮기고 컴퓨터도 들고 한껏 근육을 자랑하시곤 폭풍 청소질 후 홀연히 사라지심.


카오스의 한복판이었던 오전시간이 지나가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왔다.

보이쉬 이사님이 여긴 원래 각자도생으로 점심을 먹는데

오늘은 입사 첫날이시니깐 같이 먹으러 가자 하심~ (아싸 공짜 밥!)

여자 넷 중국집으로 향하는데 의외로 80kg 여직원 분은 수다쟁이셨다.

(그런데 계속 눈을 안 마주치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말씀하시는 게 새로운 대화법인가 싶은 게 적응이 안 됨)

집이 여기 앞이라 점심마다 고양이 밥도 줄 겸 집에 가서 먹는다 하는데 정말 회사 건물에서 집이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언제 입사하셨어요?"

"저번 달 15일이요! "

헉!! 부스스한 곱슬머리에 검정 뿔테 안경 그리고 추리한 옷차림

제 집처럼 회사를 편히 다니는 경력도 많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다닌 지 한 달도 안 되었다니 근데 것보다 더 놀라운 건 나이가 20대라는 점이었다.

난 나보다 나이 많은 아이 있는 아줌마인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에 망연자실~~

(이제 뭘 맞추려고 하지마아아아아!!)

"집이 바로 앞이라 여기 꼭 붙어야겠다하고 면접 봤어요 ㅎㅎㅎ"

(나도 마찬가지야~~~ 음. 그 맘 알지!)

12년 만에 회사 직원들과 점심시간이라니~

날씨도 좋고 기분이 너무 좋아 보이쉬 이사님과 재잘재잘!!

입사 첫날이니 식사 코스 요리라도 시켜주려나 했는데 여직원 둘은 요일메뉴인 잡채밥 이사님은 짬뽕 주문!

아~ 여긴 직원 복지 같은 건 짜구나 생각했지만 어쨌든 공짜밥에 가장 무난한 짜장을 외치고

밥을 먹으며 사담을 나누는데 이사님은 아들 하나를 키우신다고 하신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라며 보이쉬 이사님도 아들 얘기에 엄마 미소 지으며 인간미를 보이시는데

중간중간 20대 캣맘 여직원도 얘기를 하는데 문제는 말이 좀 길어지다 보니 대화에 많이 서툼이 보이고

(하나도 웃기지 않는 얘기에 혼자 얘기하고 혼자 웃으심)

초점이 어디로 가 있는지 모를 것 같은 시선 처리에

(요즘 센스 있고 총명한 MZ가 과연 맞는가?! )

식사시간 후 내가 자리 돌아가서 캣맘 다시 한번 등본으로 나이 확인해 본다 맘먹음!!

결국 보이쉬 이사님과 나만 아이들 얘기만 실컷 하다 점심시간은 끝났고

여직원 둘은 또 쌍둥이처럼 붙어서 남은 점심시간 산책하고 들어가겠다고

이사님께 얘기 후 홀연히 어디로 사라지는데


"둘이 담배 피우러 가는 거예요. 체질적으로 제가 담배냄새를 엄청 싫어해서 그러는데 **씨도 담배 피우세요?"

"아! 저도 담배 싫어합니다~~"

"정말요?"

"술은 마셔도 담배는 안 피웁니다."(술 잘 먹는 게 자랑이다!!ㅠㅠ)

또 남 시선 신경 안 쓰는 아줌마 본능이 일어나서 큰소리로 말해버렸네~

이사님은 순간 아무 대꾸 없으신 게 나의 알코올커밍아웃에 다소 당황하신 듯!


어쨌든 이게 회사생활이구나~~ 햇빛 받으며 점심을 먹으러 가고

내 손으로 차리지 않는 밥, 공짜 점심에 공짜 커피.

거기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직장이라니 왠지 어깨춤이 춰지는 입사 첫날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종일 이렇게 헛다리만 짚은 나의 쓰레기 같은 안목은

또 이미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버렸으니 입사 첫날부터 내 눈을 찌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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