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우는 소리에>
어느 토요일 아침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 일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일어난 아내는 요리를 합니다. 저는 반찬을 덜고, 둘째 아이는 수저와 젓가락을 놓지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첫째 아이는 식기세척기를 돌립니다. 그 후에 저와 두 아이는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집 거실에서 도서관까지 2분밖에 걸리지 않기에 부담 없습니다. 세 남자가 오전에 도서관에 있는 동안 아내는 쉬거나, 집안 정리 등을 합니다.
점심은 보통 밖에서 먹습니다. 단골 가게로 갈 때도 있지만, 주말엔 가급적 새로운 곳을 찾아보려 합니다. 적당한 가격에 맛있게 먹을만한 곳을 찾는 것도 일이지요. 맛집 찾기에 성공했을 땐 가족 모두의 만족감이 높아집니다.
오후엔 집에서 쉬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집 근처 체육관으로 다같이 운동을 갑니다. 아내와 둘째는 요즘 달리기에 한창입니다. 트레드밀에서 4km를 꼭 채우지요. 일요일에는 집 청소를 한다는 점 외에는 토요일과 같습니다. (보통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가기 전 로봇청소기를 돌려놓습니다.)
주말은 여유롭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만족스럽습니다. 이런 주말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아들 글읽고 며늘아기 베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한다
마초아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현대어 풀이)
꾀꼬리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나 보니
작은아들은 책을 읽고, 며느리는 베틀에 앉아 베를 짜고, 어린 손자는 꽃놀이 한다.
때마침 아내가 익은 술을 거르면서 잘 익었나 맛보라고 하더라.
예전에는 수업 시간에 ‘핵가족(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이란 용어를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단어를 접한 적 없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그 뜻을 물으면 “핵을 가진 가족?”이냐며 되물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핵가족 역시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대신 1인 가구, 딩크, 편부모 가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시대에 따라 가족 형태도 변하는 겁니다.
하지만 대가족에 대한 향수가 없진 않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으니, 그 DNA가 지금도 남아 있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조선 후기의 문인 오경화가 그려낸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배우자를 만나기 어렵고, 자녀를 낳지 않고, 혼인을 끝까지 유지하기 힘든 시대라 더욱 그런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을 봅니다. 같이 밥 먹고, 도서관에 가고, 운동을 다니는 두 아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독립해 나갈 겁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이 든 부부만 남겠지요. 뭘 해야 할까요? 글쎄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