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회피나 망각, 살상 등이 있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무서운 악어를 "숭배"함으로써 생명을 지키고자 했다.
악어 박물관 (The Crocodile Museum)
소베크는 악어가 신격화된 이집트 신이다. 소베크 신은 악어나 악어의 머리를 한 남자로 묘사되었으며, 강력한 공포의 신이었다. 나일강이 삶의 터전이었던 이집트 사람들에게 악어는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두려운 존재였다.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을 지나면서 악어의 신인 소베크에게 기도하며 악어에게 공격받지 않도록 보호해 주기를 빌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악어를 신으로 섬기면서 재물을 바치고 미라로 보존하고 신전까지 세웠다. 콤 옴보 지역에 있는 신전은 악어 신 소베크에게 제사를 드리던 곳으로 악어 박물관에는 악어 미라들이 보존되어 있다.
악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집트의 악어 미라들. 사람과 동일하게 아마 천으로 감싼 악어 미라들을 볼 수 있다
콤 옴보에 있는 악어 박물관
악어 미라는 사람처럼 내장과 눈을 꺼내고 몸을 미라로 만든 후에 눈의 위치에는 눈을 정교하게 그린 돌을 올려두었다. 눈이 있어야 사후세계에서 부활할 수 있다고 믿는 이집트 사람들의 정성담긴 작업이다. 한 쪽에는 화석화된 악어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과학기술의 정교함을 엿볼 수 있었다.
소베크 신과 호루스 신을 섬기는 콤 옴보 신전 (Kom Ombo Temple)
룩소를 지나 아스완 북쪽으로 48km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콤 옴보 신전은 기원전 332년에서 395년 (말기 왕조) 사이에 세워졌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훨씬 이전인 제18왕조의 건축양식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악어 머리 형상을 한 소베크 (Sobek)와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 (Horus)를 섬기는 신전이다.
크루즈를 타고 아스완에서 에드푸를 지나 콤 옴보에 도착하여 늦은 밤 관광을 했다. 신전의 야경은 불빛이 비추는 기둥과 벽화들이 주는 낯섦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크루즈에서 내린 많은 관광객들로 신전은 여전히 붐볐다.
카르투시와 소베크와 호루스를 조각한 벽화와 그 바로 옆에는 카르투시가 공백으로 비어있는 또 다른 벽화가 전시되어 있다. 그 앞이 관광객들은 자신의 카르투시를 만들어 사진을 찍는 포토 스폿이란다.
가운데 사진은 날짜를 의미하는 숫자가 새겨진 벽화인데 나일 강의 범람에 따라 농사를 지어 온 이집트 인들의 지혜를 알려준다고 한다.
악어 미라는 "현재형"
놀랍게도 악어 미라를 검색하다 보니 지난 해 1월,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의 동물 고고학자 베아 데 쿠페레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이 발행하는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악어 미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https://v.daum.net/v/20230119103020459. 이 학술지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악어 미라는 고대 이집트 귀족과 사제의 공동묘지로 알려진 쿠베트 엘-하와의 무덤에서 2023년에 발견됐는데 머리 5개와 몸통 5개 등 총 10마리라고 한다.
이집트 역사는 지금도 현재형인 것이다. 정말 놀랍다.
사실 콤 옴보 신전은 내게 특별한 감흥을 주지는 않았지만, 악어 신을 숭배하며 생명을 보호하려고 했던 이집트인들의 간절함과 척박했던 그 시대의 삶을 조금이나마 상상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