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추석을 보내며
10월의 첫날이고 추석이다. 아들과 종중 묘원에 가서 종친들과 함께 조상님께 성묘를 하고 와서 아내를 데리고 곧바로 우리들의 정원으로 향했다.
둘째 처제와 막내 처제가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우아한 모습에 보기 좋아 사진 한 방! 막내 처제는 무념무상으로 책을 읽으니 너무 좋다고 한다. 둘째 처제는 친정 제사에 전을 부치고 시댁에도 보내고 농원 식구들 먹이려고 가져왔다. 옛날의 그녀로 돌아오는 거 같다고 덕담을 하고 난 할 일을 찾았다.
나는 그곳에만 들어가면 일할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다. 나흘째 노동 신이 강림하셨나? 근무도 제쳐두고 농원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주차장을 만들고 농사지을 땅을 옮기고 정원 내에 도로 정리하고 화덕을 옮기고 수돗가를 다시 만드는 대공사를 벌려놨으니 계속 출근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포클레인 작업을 하면서 소나무 벚나무 심고 옮길 화덕자리 고르고 하느라 처남, 둘째 처제와 함께 연일 고생을 했다. 내 아들도 도와줘서 진척이 좀 있었다.
큰 처제 식구들이 도착하고 둘째 동서와 조카 둘이 도착했다. 처남과 그의 딸들도 도착했다. 처음 방문하는 조카들도 있었는데 매우 반가웠다. 아내가 준비해 간 목살과 삼겹살을 맛있게들 구워 먹고 본격적인 노동에 돌입했다.
여자들이 모두 합심하여 잔디를 심고 처남과 내 아들과 같이 벽돌과 자갈을 실러 갔다. 둘째 동서와 그의 아들들이 성묘 끝내고 현장으로 와서 함께 싣고 왔다. 그 사이 잔디는 다 심었고 딸 내외가 손자 데리고 시댁 갔다가 도착했다. 총 17명 참석이다. 이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이다.
난 수돗가 만드는데 몰두했다. 화덕과 자갈 건강길 만드는 일에 모두 달려들어 협동심을 발휘하여 훌륭하게 일을 끝냈다. 모두들 어쩜 그렇게 일들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꾀부리는 사람 없이 분업화하여 솔선수범하면서 척척 일들을 했다. 해보지 않은 일인데도 너무도 잘들 했다. 억척스러운 유전자가 맞다.
저녁 식사를 하고 화덕에 불을 지폈다. 지난번 화덕보다 업그레이드되어 더 멋지게 만들었다. 화덕은 오늘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자랑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대단한 걸작이다. 나와 처남·둘째 처제·내 아들 작품이 될 줄 알았는데 우리 모두의 작품이 되어 더 의미가 깊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화덕 둘레에 모여 있다가 밤 11시에 흩어졌다.
그날 추석엔 각 가족마다 일정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모일 계획이 없었지만 막내 처제가 혼자라도 와서 있겠다고 해서 모이게 된 일이다. 혼자 외롭게 둘 5남매가 아니지. 참 고마운 일이었다. 지난 세월 어떤 추석명절 보다도 값진 명절이었다. 노동을 하며 보낸 명절도 처음이었지만 그렇게 즐거웠던 명절도 처음이었다.
옥미원은 우리들의 낙원임이 틀림없다. 함께할 수 있는 정원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그곳에 가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사랑만이 넘실거린다. 행복하게 살아갈 부푼 꿈만 있다. 남은 세월 우리 모두에게 긍정의 삶을 만들어 줄 것임을 확신한다. 가장 큰 달 중 하나인 한가위 둥근달이 미소 짓고 축복해주었다. 밤늦게까지 함께 있다가 퇴장했다.
뿌듯한 하루였다. 모두에게 감사했다.
추석날의 소란했던 옥미원의 하루가 진한 여운으로 드리워졌다. 지금까지 보낸 명절 중에서 제일 행복했다는 조카딸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삽질하고 잔디 심고 벽돌 나르고 자갈 나르는 노동이 제일 행복했다니, 가족이란 이런 것인데, 함께 하면 이렇게 행복한데, 하며 행복감에 젖었다. 6일 동안 처남ㆍ둘째 처제와 쉬지 않고 농원에 출근도장 찍고 일을 했었다. 휴학 중인 조카도 와서 도왔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젊음을 쏟아내고 꼼꼼하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기도 했다. 연신 신음소리 내며 죽어라 일을 하는 처남도, 해장국 먹고 가라는데 피곤해 그냥 집으로 간 둘째 처제도 노동에서 해방되어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허리, 어깨, 손가락이 아파 약 먹고 하루 쉬고 다음 날 마무리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밤새 끙끙거리고 잠을 설쳤다. 추석날의 17명의 대식구 밥 먹이고 정리하는 일이 아내도 매우 힘든 일이었나 보다. 아침에 등 밟아주고 한 숨 푹 자라고 하고 나왔다. 아프지만 즐거운 아픔이라는 농담을 하고..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점심 후에 건강길 작업에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마무리했고 꽃밭도 벽돌 테두리를 예쁘게 둘러놓으니 제법 멋들어진다. 역시 둘째 처제 지배인의 미적 감각이 탁월했다.
조카들을 데리고 자갈과 벽돌 한 차 싣고 와서 건강길 최종 마무리하고 수돗가를 완성했다. 그 날은 큰 처제가 하루 종일 일을 많이 했다. 진통제를 먹여 보냈지만 밤에 끙끙 앓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생기 있는 모습이라 보기 좋았다. 모두 완성하니 7일간의 여정이 감격스러웠다. 가슴이 터지도록 뿌듯했다. 농사지을 땅에 구획정리, 주차장 만들고 신전 같은 화덕, 발마사지를 즐길 자갈 건강길, 여사들의 열망 수돗가 확장공사까지 정말 많은 일을 했다. 본인 사업일도 바쁜데 신음하며 희생적으로 일을 추진해준 처남이 고마웠다. 5남매는 이렇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 무엇보다도 함께한 오 남매와 그들의 가족들이 기억에 남을 추억 한 장은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 합심해 화덕을 만드는 모습
막내 처제가 조카들을 데리고 삽질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