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돈을 좇지 말자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돈의 가치를 부정하지 말자니 이건 무슨 또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돈의 가치를 이해하려면 한 번이라도 극한의 배고픔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해봐야 한다.
나는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지원해 주던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때 이런 경험을 했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3일 동안은 특정한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종류가 많아서, 결국엔 편의점에 파는 즉석죽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나같이 매끼 든든한 밥을 먹어야 힘을 내는 사람에게 편의점 죽은 극히 적은 양만 들어 있는, 간식과 같은 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세끼를 먹은 듯 안 먹은 듯 보낸 후, 검사 전날에는 병원에서 제공한 대장내시경 검사약을 물에 타서 몇 병씩 마셔가며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그랬더니 다음날 아침까지 걸을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병원 가는 길에는 탈진해서 그만 길바닥에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먹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우리는 먹지 않으면 기운을 내서 움직일 수도, 살아 나갈 수도 없다. 그리고 음식을 먹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돈이다. 돈을 있어야 재료를 사든, 식당을 가든 끼니를 해결할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돈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돈이란 건 우리 생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에서는 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거나, 돈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속물처럼 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하냐.' 며 열심히 해서 돈을 모으고자 하는 이들에게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끼니를 굶거나, 견디기 힘든 극한 상황에 놓였던 사람이라면, 그런 말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것이다. 돈이 없어 힘든 상황에 놓였던 사람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왜 그렇게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냐?'라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명확하다.
첫째, 우리 가족의 평안함을 위해서이다. 돈으로부터 하루라도 자유로운 날 없이 살아온 나로서는, 어떤 선택에 있어서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이 돈이었다. 꼭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이번 달은 적자라서 안돼"라고 포기했고, 둘 중에 어떤 걸 살까 고민이 들 때는 "그냥 싼 거 사자"라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내 가족만큼은 돈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고자 애를 쓰는 두 번째 이유는,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서이다.
어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나 실직으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고,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나, 노환으로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은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벌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삶이 의미 있을 거라 생각된다.
돈은 가치 있게 쓰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물론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자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과 자신,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위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돈은 큰 힘이 된다. 돈을 가치 있게 쓰는 사람들에게 돈은 단순한 종이조각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큰 도구가 된다.
돈만 좇지는 말되, 돈의 중요성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돈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 자체는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가치 있게 쓸 것인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