쬐다
나무가 무성했던 아파트 2층에 산 적이 있다
나무 덕에 여름엔 시원했지만
드리워진 나무 때문에
어두워서 불만이기도 했다.
같은 아파트 10층 사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따뜻한 볕이 드는 같은 모양 다른 집을 보고
너무나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론 고층에 사는 게 늘 소망이었다.
다음엔 꼭 밝은 집에 살리라.
내겐 그때부터 고집스럽게도 ‘볕’이 중요했다.
입주 전 집을 보러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볕’이었다.
고층이 아니어도 ‘볕’이 드는 게 참말로 좋더라.
아직도 기억한다.
이삿짐을 기다리던 그 짧은 시간에
빈 집에 누워 ‘볕’을 쬐고 거실에 누워있다가
오침에 들었었다.
그렇게도 설레게 바라던 ‘볕’을
내 집에서 쬐며 자는 낮잠은
참말로 달디달았다.
띵동!
짐을 실은 이삿짐 차가 도착했다는 벨소리에 놀라
‘어머 나 잠들었었네’ 하며 웃음이 났다.
나는 참말로 볕을 좋아한다.
오늘도 난,
우리 집의 볕을 지긋이 눈감고 바라보며,
기미도 주근깨 걱정도 없이
볕을 쬔다.
진정한 ‘볕’은
어쩌면 아이들과 함께라서
세 배는 더 따뜻한 우리집만의 ‘볕’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