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남자 속옷을 사던 날.

13살 남자가 되다.

by 백소라

13살.

큰아이가 어느덧 뱃속에서부터 13년을 자랐다.


서른다섯.

늦은 나이에 어렵게 갖은 녀석이

내게 주는 매 순간은 선물 같았고,

매 시간을 기억하려고 애써왔다.


나는 청소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는 중에 사춘기 아이들도 많았고, 그 아이들을 대할 때는 누구보다도 사랑으로만 아이들을 보려고 했다. 그래서 난 우리 아이들만큼은 좀 더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잘 해낼 거라 스스로 자만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가르치는 중고등학생 녀석들이,

"선생님 아들도 곧 저희처럼 될걸요?"

라며 얘기할 때면, 우리 아이는 아직 아가라고 무슨 소리냐며 혼자 속으로 외쳤더랬다. 아직 나는 큰 녀석의 첫 순간들을 함께 맞이하며, 매 순간을 아가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얼마 전,

아이가 이젠 '아기'가 아닌 '남자'가 되어 가는 중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1월에 태어난 만큼 또래보다 키가 크기도 했고, 두 명의 동생을 가진 형아라는 점은 특히나 더 어른스럽게 하는 이유지 않을까.


어느 날부터는 샤워를 할 때 문을 잠그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다.


아이의 학교에 강의봉사를 하러 간 날,

아이의 반 친구들은 연신 내게 와서 아들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여자친구들이 많다며 이르기 바빴다.


'아 집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을 살고 있구나'


그렇게 아이가 '아기'가 아닌 '남자'가 되어 가는 것들을 느끼기 시작했던 어느 날 맞이한 사건으로,

여자아이가 초경을 맞으면 꽃다발을 선물하듯,

나도 남자가 되어가는 아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주니어 속옷매장에 들어가서는 멋진 속옷을 추천받고, 예쁜 박스에 담아서 포장을 해왔다.

아들눈높이의 아들방 책상에 혼자 앉아 아들을 생각하며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우리아들에게.

어느덧 너가 12살을 지나 13살이 되어가는구나.

엄마는 너와 함께한 13년의 많은 순간들을 기억해.

태어나던날, 처음 걷던 날, 초등학교에 들어갔던 날.

너무나 벅차고 감동스러웠어.

그렇게 보석보다 빛나던 너가 어느새 '남자'가 되었구나.

엄마가 그 누구보다 우리아들이 남자가 된걸! 마음다해 축하해.

멋진 속옷을 고르며, 또한번 감격스럽단다.

우리아들. 사랑한다.

-엄마가-



아이는 내가 준 편지를 읽고 조용히 울었다. 괜스레 나도 눈물이 나와서 그런아이를 조용히 안아주고 축하한다고 너는 너무 잘 자라는 중이라고 말해주었다. 아이가 혹시나 혼자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우리 아이를 내담자로 하는 상담이 필요했다.


" 네가 혹시나, 혼자서 '내가 왜 이럴까?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

언제든 엄마에게 그 고민에 대해 나눠줘~ 엄만 어떤 상황에서든 너의 편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이제 남자가 되기 시작하는 아들의 여정을 흠뻑 축하해 주었다.

자동차와 공룡, 형형색색의 캐릭터 무늬가 있는 속옷이 아닌, 남자색의 드로즈를 함께 선물하며 말이다.


아이는 남자가 되어가고,

나는 그렇게

여자에서 엄마로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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