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만나러 가는 길

집으로 돌아가던 길

by 백소라

가을이 마음을 살랑살랑 건드리고

고요하던 마음이 요동치는 계절의 어느 날.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차창너머 풍경 속에 햇살이 예쁘게 내리쬐니

노랑, 주황, 고집스러운 초록의 낙엽들이

참말로 예쁘게 보였다.

그런 가을을 보고 있자니, 아빠가 보고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내비게이션에 아빠주소를 찍고는,

아빠를 모셔다 드리던 차 안에서 틀어 달라셨던 노래.

심수봉의 '백만송의 장미'를 틀고 아빠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아빠를 떠올려 본다.

늘 허허허 싱거운 웃음을 웃으시면서도,

늘 마음깊이는 작은딸을 걱정하시던 우리 아빠.


아빠는 돌아가시던 날까지도 내가 혼자가 된 걸 모르셨다. 병상에 계시던 아빠에게 그렇게나 걱정을 끼치던 작은딸이 걱정을 하나 더 보태어, 혼자가 되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아빠는 치매를 앓으셨다. 어쩌면 그 마지막 기억 속에 걱정을 보태지 않은 것이 참말로 잘했노라 했지만.

아빠의 영정사진에 절하며 흘린 눈물은 편찮으시기 전 아빠에게 작은딸이 보이는 순한 슬픔이었다.


언니 부부가 나란히 먼저 절을 올렸고, 무겁게 슬픔이 가라앉던 그날 나는 아빠에게 절하며 고백했다.


'아빠 왜 내가 혼자 절하는지 궁금하지? 나 이혼했어요. 그래서 혼자 절해. 그 사람이 왜 없는지 찾을까 봐 얘기하는 거야~ 근데 나 씩씩해. 진짜 씩씩해. 그러니까 아빠 걱정하지 말고 편안히 가세요'


한참을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편찮으시기 전 아빠였다면 뭐라 말씀하셨을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아빠는 가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 찬란하게 아름답던 계절을 보고 가시느라 견디시다가 가을이 되자마자 그렇게 바삐 가셨다. 그래서 가을이면 아빠가 보고 싶은가 보다.

백만송이는 아니지만 빨간 장미와 빨간 작은 꽃들을 사서 아빠를 뵈러 갔다.

이른 아침에 간 아빠가 계신 큰 집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메모지와 볼펜에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고 꽃을 달아드리고는 밝게 인사를 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또다시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 아빠 나왔어~ 작은 딸!! 거기선 안 아프고 잘 계시지? 애들 많이 컸어 다음에는 애들 사진 가지고 올게요~ "


한참을 유리너머 아빠사진을 쓰다듬으니, 아빠가 그렇게도 생전에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하셨던 엄마가, 사진 속에 젊디 젊은 얼굴로 웃고 계신다. 아마도 아빠는 엄마를 잘 챙겨주라고 내게 말씀하셨나 보다.


나는 아빠에게 또 오겠노라 인사하고는 차에 올라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밥 먹으러 갈래~ "


그래 '청국장 끓여놓았다. 김치도 챙겨가라'라고 얼른 오라는 엄마의 반가운 목소리에 다시 시동을 걸고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아들 셋 엄마인 '나'의 엄마는,

오랜만에 들른 작은딸에게 왜 이렇게 바쁘냐고 얼굴 보기가 힘들다며 밥상을 차리시는 내내 투덜거리신다.

‘그리고는 애가 셋인데,

애들 기르느라 네가 바쁘지 암~ 그렇고 말고~ ’

하시는 엄마에게 아빠를 보고 왔다고 말을 꺼내기 어려워 못내 삼킨다.


이가을 쓸쓸하게 보낼 엄마에게 아빠를 더 그립게 하게 할 순 없었다. 엄마도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아빠가 그리우실 테니 말이다.


" 엄마! 역시 엄마 청국장이 최고야! 김치도 너무 맛있다~ 같이 드시지 엄마는 왜 안 드셔~"


엄마는 한사코 나만 먹이신다.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시느라 바쁘신 엄마는 내 먹는 모습도 안 보시고 열심히 딸의 손에 들려 보낼 것들을 싸고 담으시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그리고는 얼른 가라 신다.

더 있다 가도 된다는 내게 얼른가서 냉장고에 넣을 것들 넣고 너도 쉬라며, 엄마는 겉옷을 챙기시며 얼릉 가라 신다.


아이들에겐 하나뿐인 부모인 내가,

나의 부모인 엄마 아빠를 뵙고 한가득 채워진다.

쓸쓸했던 마음도, 텅텅 비었던 냉장고도.


그렇게 냉장고를 채우며,

아이들이 오면 엄마가 챙겨준 배도 깎아주고

맛있는 김치도 먹여보아야겠다며,


나는 작은 딸에서 다시,

부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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