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은 PM9 시부터

엄마돼지가 늑대인간이 되기까지

by 백소라

어김없이 오늘도 밤 9시가 온다.


아기돼지 삼 형제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기까지 숨죽이며 기다리던 엄마돼지는 9시 무렵 아이들의 취침을 확인한다. 그렇게 엄마돼지는 밤 9시부터 엄마에서 '나'로 변신한다.


사뭇 늑대인간이 생각난다. 나는 어쩌면 낮에는 엄마돼지로 밤에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늑대인간인가? 재밌다. 돼지를 잡아먹는 늑대가 공존하는 '나'라니 말이다.


밤 9시, 변신의 시간

어김없이 찾아오는 밤 9시.


늑대인간의 변신처럼 나로 시작하는 하루를 맞는다.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논문을 쓰고 강의안을 만든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은 내게 '성장'이라는 자꾸만 먹고 싶은 ‘달디단 열매’를 가져다주었다. 할 일이 기다리던 날에는 9시가 그리도 느리게 오던 날도 있더랬다.


그러다가 또 어느 날엔 열심히 '마사지'도 해본다. 그렇게 거울을 보며 여우처럼 이뻐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이내 책상에 앉는 날이 일쑤였다. 참말로 여우처럼 이뻐지고 싶어 했던 '나'는 오늘도 밤을 기다려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을 위해 여우보다는 사람이 된 늑대를 택한다.


처음 '그아행' (그래서 아들 셋 엄마는 행복합니까) 연재를 시작할 때는 아침에 눈떠 침대에서 간단하게 써보겠노라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자만이었을까? 아침 시간에는 글을 쓸 틈이 나지 않더라.


아이들이 눈을 뜨는 순간부터 나는 '엄마돼지'로 돌아가고, 그 역할은 열심히 일하는 '아빠돼지'로 이어지다가 다시 '엄마돼지'로 바꿔가며 밤 9시까지 계속된다.


그러다 이내 하루의 마지막을,

변신한 늑대인간으로 맞는 밤 9시에 나는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리고 어느새 애정이 담뿍 담긴 내 글들이 좋아져 이 시간을 기다린다.


하루 동안 오늘은 뭘 써볼까?라는 고민을 할 때도, 어느 날엔 하루의 일과 중에 '아! 오늘은 이 이야기를 써볼까?' 하기도 한다. 그 순간들을 품고는 밤 9시가 되면 키보드 앞에 앉아서 연신 하품으로 시작해 눈물도 흘렸다가, 미소도 지었다가 그렇게 오늘도 쓴다.


전설 속 늑대인간은 변신을 저주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의 변신은 다르다.


밤 9시의 변신은 저주가 아니라 내게 허락된,

나만이 최고로 누릴 수 있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피곤해도, 졸려도, 내일 아침이 두려워도,

나는 PM9시에 변신을 기다린다.


나의 변신은.

피곤했던 몸이 점점 깨어나고,

하품은 잦아지며 머릿속은 선명해진다.

그렇게 매분 매시를 지나다 보면 아쉽게도 잘 시간이 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내가 맞는 밤 9시는,

참말로 나를 넘치게 채운다.


늑대인간은 해가 뜨면 다시 늑대로 돌아간다.

나는 내일 아침 해가 뜨면 다시 '엄마돼지'로 돌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엄마로서의 '나'는 엄마돼지라는 귀여운 호칭이 잘 어울리는 그런 따뜻한 엄마이길. 오늘도 소망하며


나는 나의 오늘의 PM9시를 그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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