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소년 May 28. 2023

[나의 출퇴근 일지]계란 흰자에서 노른자로 향하는 여행

계란 노른자만 계란이냐 흰자도 챙겨줘.

[서울 여행은 멀고도 험하다]



“근무 시간은 출발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by 달빛소년“ 



이미 난 주 60시간이야!!



계란 흰자에서 노른자로 매일 출퇴근하는 한국의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이상적인 회사와 집의 거리는 30분, 견딜 수 있는 거리는 1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스트레스와 피로를 유발하며 거리가 멀어서 억울한데,



놀랍게도 장거리 출근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가만히 서서 이동하는 시간 때문에 운동할 시간도, 밥을 먹을 시간도, 잠을 잘 시간도, 놀 시간도 부족해진다.



문제는 시간이야. 친구. 퇴근 후 시간은 소중하다고 할 게 많아.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 관련한 자료를 분석하였고 출퇴근 거리가 16km 이상인 경우 신체 활동량이 감소하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칼로리 소모가 적어져 지방이 체내에 쌓이게 되고 일상생활이 불규칙해 비만, 당뇨병 등의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 Commuting distance, Cardiorespiratory fitness, and metabolic risk,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015



[내 시간 어디 있죠?]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데 당연히 없죠. 시간이 없었는데요. 더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왕복 거리만 82km로 매일 출퇴근을 4시간 한다. 



두 아이를 처가 근처에서 키우고 싶기 때문인데 양육을 위해서 무리해서 베이비시터도 잠깐 이용했지만 믿고 맡길 사람은 역시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맡기고 서로의 직장으로 향하는 부부는 아이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기만 바랄 뿐이지만 아이는 언제나 예측이 불가능하다.



환절기에 아프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다쳐 119에 실려 응급실에 가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온다. 당연히 물리적 거리가 멀어 엄마,아빠는 달려가지 못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는다.



자녀 양육, 노부모, 생계, 가사일 등의 책임과 회사 업무의 책임은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과 비교하면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주 69시간 일하고, 아이도 낳고, 육아휴직은 안돼! 돌아가 네 책상 없어! 하는 사회에서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현실을 정부가 좀 알아주길 바라본다.


내 책상 없어? 학교의 눈물 갈무리


시간은 항상 미래로 흐르며, 길바닥에 내다 버린 시간도 마찬가지다. 장거리 출근의 노하우는 출퇴근하면서 긍정적인 기억과 종합비타민을 먹고 틈틈이 운동하며 자기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는 출퇴근에 얼마나 시간을 쓸까?]


202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연도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통근 인구 중 약 20%가 45분 이상의 통근 시간을 사용한다. 그 중 1시간이 넘는 통근 인구는 15%이다.


통계청


OECD 회원국의 기준으로 봐도 26개 회원국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28분이며 한국의 출퇴근 시간은 평균 58분이다.


OECD 출퇴근 시간 자료



실제로 많은 사람이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출퇴근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문제는 출근과 퇴근이 9 to 6의 시간으로 정해진 회사에 버스, 지하철 등이 엄청나게 붐비고 회사에 도착하기 전 스트레스를 받는다. 9호선의 급행열차를 타려면 아메리칸 럭비 선수가 되어야 한다.



가방으로 치고, 어깨로 밀치고, 나는 빡치고, 출근하는 기분 잡치고!


일자리 한국


아무래도 서울 보다 경기도의 출퇴근이 멀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 했을까?]



2022년 서울 인구 948만 명, 경기도 인구 1,368 만 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구 5,100만명 중 45%인 2,316 만 명이 서울, 경기에 모여 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구가 대도시에 밀집하는 이유는 높은 수준의 일자리와 생활 수준,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경제 활동이 모두 이곳에서 발생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니 교통, 편의시설도 발달하고 문화생활도 풍부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기회가 많다.



애초에 경기도라는 도시가 서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다.



분당, 일산, 중동, 평촌 등의 1기 신도시



위례, 판교, 동탄, 운정 등의 2기 신도시



왕숙, 교산, 창릉, 대장 등의 3기 신도시



이렇게 계란 노른자에 흰자가 점점 퍼져나간다. 



서울에 인구가 밀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신도시 정책으로 경기도로 이주했지만, 교육 시설 등의 인프라가 만들어지지 않아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판교나 분당과 같은 매우 성공적인 도시들도 생겼지만 다수는 일자리가 없어 자급자족은 실패했다. 



대충 서울로 돈 벌러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주거와 상업지가 철저히 분리된 도시의 특성도 반영되어 있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가 하루빨리 개통해서 계란 흰자들을 널리 이롭게 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논평]



비교적 얼마 지나지 않은 흥미 있는 조사가 있었다. 회사가 강남에 있는데 마곡 연구 단지에 입주해야 할 부서를 선정하고 있었는데 연구, 개발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회사에 연구를 담당하는 부서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설문 조사는 연구소를 이전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가? 에 대한 주요한 질문이었다. 서울에서 서울로 옮기는데 75%의 구성원이 만약 마곡으로 이사를 한다면 이직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회사를 쉽게 옮긴다는 것을 평소에 공감하지 못해 결과를 듣고 다소 충격받았다.



경기 통계에 따르면 시군단위 지역내총생산이 2019년 기준으로 충격적인데 경기도만 해도 남부와 북부의 격차가 4.8배이며 북부 지역은 대체로 낮았다. 월급도 경기 북부는 평균 263만원, 남부는 294만원이다. 실제로 내가 사는 지역도 일자리가 거의 없고 있어도 최저 시급에 딱 맞추거나 최저 시급보다 월급이 10만원 ~ 20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베드타운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인프라나 사회적 비용은 인구가 나눠서 내야 하며 자원 배분의 관점에서 인구가 많아야 나라의 지원도 잘 받을 수 있다. 지방에 지어 놓은 수많은 시설들도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업도 다 실패하고 수요보다 항상 적은 인원이 방문한다. 최근 이슈가 된 레고랜드가 아니어도 경기도 내 시설들도 이용객이 매우 현저하게 적다. 특히, 북부의 경우에는 워낙 낙후되었고 군부대, 그린벨트, 상수도 보호 등의 조치로 개발하기 힘들고 교통조차 불편해서 사람이 더욱 없다.



균형 발전처럼 수십 년을 해도 실패할 전략에 집중하는 것보다 GTX와 같은 고속철도, 공항 등 교통을 발전시켜 서울에 오는 시간을 단축하거나, 그나마 인구가 많은 거점의 도시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제2의 서울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결혼하지 않고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오히려 대도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할 것이니까. 공장이나 회사를 이전하려고 해도 이미 도시가 아니면 인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혼자 살면 충분히 서울의 원룸에서도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 도시 계획이 쉽게 무산되거나 추진되니 일관성을 가질 수 없다. 



그래도, 계란 흰자에서 계란 노른자로 매일 이동하시는 분들 응원한다. 



P.S 출퇴근 시간에는 왕복 2시간이라는 마지노선이 있다. 진정한 마지노선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과 회사가 멀어도 너무 나쁜 생각은 넣어둬. 나는 매일 나아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속의 올바름을 찾는 사람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