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가는 것에 대한 기준
일상 에세이 : 세밀한 행복
한국인에게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따라오는 한 가지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자신만의 기준에 대한 것이다.
워낙 관계지향적인 한국인의 특성상 결혼식으로 대표되는 누군가의 기쁜 일에 참석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만의 기준으로 결정하기에는 어려울 때가 많다.
때론 동일 집단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따라, 소위 말하는 대세에 따라 눈치를 봐서 결정할 때도 있고, 때론 내 생각이나 마음과는 달리 상대방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결정을 할 때도 있다.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는 각자마다 기준이 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과거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이 나에게 의미 있는 추억이냐 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결정하는 편이다.
나는 아직 미혼이지만, 주변의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결혼식에 갈 일이 예전처럼 많지 않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갔던 대학 동기의 결혼식은 아주 잠시지만 결혼식에 갈지 말지, 나에게 망설임을 안겨주었다.
대학시절 우린 열댓 명이 다 같이 어울려 놀며 늘 함께했다. 수업이 끝나면 늘 노래방에 가서 두 시간 정도 노래를 불렀고, 그러다가 해가 뉘엿뉘였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술집으로 향했다. 나는 술을 잘 못 먹는 편이었지만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 너무 즐거워 늘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켰다. 공강시간이면 과실에 모여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로 배꼽이 빠질 듯 웃기도 하며 그렇게 나의 대학시절, 20대 초반을 함께 한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처음에 청첩장을 받고 잠시 갈등했던 이유는 너무 오랜만에 닿은 친구와의 연락이었기 때문이었다. 졸업 후 친구는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취업을 하는 바람에 우리에겐 약 십 년의 공백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 친구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단체 톡방에서 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주 안부를 주고받고, 또 종종 만나기도 하며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왔기에 무리에 그 친구가 없어도 대학시절 친구들에 대한 애정은 굳건히 내 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친구가 결혼식을 한 달 정도 앞둔 어느 날 조심스레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
결혼식을 위해 한 달 정도 한국에 있을 거라는 친구의 말에 내심 잠깐이라도 만나 커피 한잔이라도 하며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종이로 된 청첩장을 받기를 기대했지만, 사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몇 년 만에 한국땅을 밟는 친구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은 당장 눈앞에 닥친 결혼식 준비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잠시, 그렇게 친구의 사정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하고 나니 나의 서운했던 마음이 너무 속 좁게 느껴져 부끄러웠다.
그리고 결혼식 날, 서둘러 오랜만에 친구를 볼 생각이 부푼 마음을 안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너무 오랜만이라는 게 무색하게도 스무 살로 돌아간 듯 친구를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철없던 그 시절,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이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커서 장가를 간데?’라며 어쩐지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렸을 때 주위에 있던 언니나 친구들 중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내 결혼식에 올 사람 아니면 가지 마, 그거 다 시간 낭비고 돈 낭비야.’
그때 난 정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내 결혼식에 그 사람이 오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지금 당장은 영원한 것 같고, 오랜 갈 인연이라 생각해도 사실 어떻게 될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물론 마음이 가고, 오래도록 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일이야말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꼭 그 사람이 미래의 내 결혼식에 올 것 같지 않더라도 혹은 어느 시기를 지나면 지속되기 힘든, 끝이 보이는 인연으로 느껴지더라도 사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결혼식에 가는 저마다의 기준은 다 다를 것이다. 누구는 그 언니의 말처럼 미래의 내 결혼식에 올 사람이냐 아니냐를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고 또 누구는 모바일 청첩장이 아닌 얼굴을 보고 직접 종이 청첩장을 건네는 사람인지 여부를 중요시할 것이다. 또 다른 이는 맨입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성의 있는 식사나 술자리를 빌려 청첩장을 전하는 것처럼 진심을 다해 나를 초대하는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생각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꼭 주고 받고, 오고 가고의 논리로 생각하는 게 현명한 걸까? 반대로 청첩장을 주는 사람의 마음도 꽤 고민과 갈등이 많을 것이다.
나는 어느 시기에 만나 내 인생에 한 부분,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추억이 나에게 꽤 의미 있게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시작을 하는 날, 참석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이것이 내가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기준이다. 과거에 그 사람과 한창 자주 만나며 교류했던 그 시절의 나였다면 마땅히 그 사람의 축복을 누구보다 바랬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