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2)
*본 글은 자살시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열람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같은 반 친구 두 명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시기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엄마가 힘들어 보이셨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아빠가 제 눈앞에서 엄마를 때리거나 폭언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는 게 생기면 욕을 하거나, 술에 취해서 폭력을 쓰시는 일이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빈도가 더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울면 엄마가 저를 울렸다고 생각하여 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행세하는 것이 더 심해졌기에, 엄마는 제가 울 때마다 입을 막으셨습니다. 고요한 저녁마다 풍기던 술냄새와 소리들. 제가 말려도 더 심해졌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을 죽이고 스스로 입을 막으며 구석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큼 폭력이 심했는지, 그 당시의 상황들이 정확히 어땠는지는 이젠 기억나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일상이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려 애를 썼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일요일 저녁, 아빠는 막걸리를 드시고 똑같이 폭력을 저지르신 후에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원체 아빠 때문에 술을 싫어하시기도 하고, 엄마는 술이 약하시기에 조금만 드셔도 금방 취하시는 편이시기에 술을 입에 대지 않으시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날 엄마는 식칼과 남은 막걸리가 들어있는 병을 들고선 누워서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 저에게 "배를 찔러 죽을 거니까, 너는 얌전히 이불 덮고 있어. 술에 취하면 너도 찌를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셨습니다.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배운 것이라곤 숨을 죽이고 울지 않는 것이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싫어서 종종 꺼지라며 내 보냈을 때는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서워 문을 닫고 부엌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말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때는 죽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 엄마에게는 더 큰 무거움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말리지 않고 그저 이불을 덮고 눈을 꾹 감았습니다. 아직도 텔레비전 속에서 개그를 하며 웃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이불을 걷어보니 엄마는 막걸리 병을 내려놓고 계셨습니다. 그날은, 제가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서로 입 밖으로 한 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엄마가 또 자살시도를 할까 봐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놀아달라는 말도, 무언가 부탁하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꺼지라고 할 때는 조용히 부엌으로 나가서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괴롭힘 이후에도 반에선 겉돌았고, 챙겨주는 친구들이 두어 명 정도 있었지만, 정말 의지하고 친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에 저에게 손을 흔들며 얼른 오라고 하고, 항상 같이 놀았던 친구도 어느샌가 전학 가버렸습니다. 종종 두려웠어요. 이러다가 아무도 곁에 남지 않을까 봐. 엄마도 사라져 버릴까 봐. 그때는 제가 외롭고, 힘든 것만 생각했고. 엄마가 저와 놀아주지 않는 것이, 종종 제 입을 틀어막고 혼을 내는 것이. 꺼지라고 내쫓는 것이, 죽으려고 시도한 것이 무섭거나 싫은 것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죽지 말라고 했었다면. 괜찮냐고 엄마에게 한 번만이라도 물어봤다면 달라졌었을까요?
그렇게 초등학교 1학년이 지나고, 2~3학년이 되어서는 근처 세탁소에 엄마와 함께 자주 놀러 갔습니다. 그리고선 집에만 있던 엄마가 점차 밖으로 나가게 되자, 이제는 아빠와 싸우고 나서는 집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